변화하고 성장하는 음악 - '소히' [Becoming]
'보사노바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로 2006년 [앵두]로 데뷔한 '소히'가 네 번째 앨범으로 음악적 변화를 시도한다.
한국 재즈 팝계에서 독보적인 스타일로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라 불리는 고찬용의 편곡과 프로듀싱으로 이전보다는 조금 더 팝과 재즈에 다가선 앨범이다.
'소히'는 브라질 말 'Sorri'에서 따온 ‘미소짓다‘ 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처음 노래를 부르고자 했던 마음의 원동력이 되었던 브라질 음악의 영향으로 지은 이름이다. 보사노바라는 장르로 시작해 MPB(브라질 팝 음악), 삼바 등의 영향을 받아 2006년 데뷔작부터 2010년 가수 이한철의 프로듀싱으로 발매된 [밍글], 2013년 셀프 프로듀싱으로 현재 소속된 레이블 '푸른곰팡이'에서의 첫 앨범 [데이케어]를 발매하며 느리지만 꾸준한 음반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앨범은 두 곡(길을 잃었네, 그대)을 제외한 모든 곡이 밴드 풀 세션 녹음과 고찬용의 프로그래밍이 더해져 꽉 찬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드럼은 하나음악 시절(하나음악은 푸른곰팡이의 전신 레이블이라 할 수 있다.) 발매되었던 많은 음반들과 김광석, 시인과 촌장, 낯선 사람들의 앨범에 참여했던 김영석이 연주했고, 가수 손지연의 세션 베이시스트로 많은 녹음, 라이브 세션에 참여한 방석진이 콘트라, 일렉, 플렛리스 베이스를 연주했다. 건반은 푸른곰팡이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퓨전 재즈 밴드 ‘더 버드’의 김태수가, 기타는 푸른곰팡이에 새로 영입된 재즈 밴드 '오늘 O:neul'의 안강호가 맡았다. 퍼커션은 3집 공연부터 소히와 함께 했던 로스 아미고스의 황성룡이 연주했다.
첫 곡 "만리동 신일약국"은 2015년 만리동 예술인주택에 입주한 예술가들이 만리동의 이야기들을 담아 제작한 책과 음반에 수록된 곡으로 신일약국의 최성순 약사님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가사로 만든 곡이다. 아버지대부터 약국을 이어온 이야기가 새들이 나뭇가지 하나로 집의 첫 구조를 올리는 모습과 비유되어 표현된 이 곡은 마치 드라마 '서울의 달'이 떠오르는 소소하고 소박한 사운드로 포근한 느낌을 준다.
내적 자유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는 ‘단 한 사람’은 빠른 삼바곡으로 멜로디 또한 한계를 갖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해 가사와 잘 부합된다.
주변의 예술가 친구들과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꿈꾸는 우리’는 고찬용 특유의 코러스 라인이 돋보이는 곡으로 예술을 선택함으로써 가난하고 힘든 시간들을 보낼지라도 계속 이어나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통의 경험’은 성폭력 상담소에서 출판되었던 동명의 책과 같은 제목의 곡으로 소히의 아픔과 그 아픔의 치유를 그린다. 아련한 기타 사운드와 덤덤하게 부르는 노래는 각자의 슬픔을 위로한다.
2010년 프레시안에 개재됐던 곡인 ‘한강 송전탑 위엔 사람이 살았어’는 콜트 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곡이다. 가장 부자들이 사는 한강변과 송전탑 위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하는 기타 노동자, 용산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이 오버랩되며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질문하는 이 곡은 마지막에 안강호의 기타가 절규하며 이 시대의 모순을 표현한다.
"현대 생활 백서"는 지친 현대인들의 삶을 묘사하며 모든 것이 개인의 몫으로만 떠넘겨지는 현대 생활의 숨막힘을 이야기한다. 김태수의 건반이 뉴에이지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다.
발랄한 인트로가 인상적인 곡 "상상해본다", 밤기차를 타고 바다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파도처럼"이 이어지고 나면 이번 앨범에서 가장 팝적인 느낌의 ‘음악은 시공간을 초월해’가 플레이 된다. 화려하지만은 않은 음악인의 삶, 하지만 그 삶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다른이에게 전하는 영향을 말하는 이 곡은 "꿈꾸는 우리"와 연결되어 예술을 멈추지 않고 지속하기를 권한다.
뉴에이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길을 잃었네"가 평화를 노래하며 이어지고 반려견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친구를 보며 쓴 "안녕"이 죽음을 노래한다.
'소히'의 기타와 김태수의 건반으로 연주되는 소품곡 "그대"가 앨범 전체를 마무리 짓는다.
다채로운 편곡과 편안한 음성으로 세상과 사회를 이야기하는 '소히'의 이번 앨범 [Becoming]은 안주하지 않고 성장과 변화를 추구하는 음악인으로써 그의 지속적인 음악 활동의 교두보가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