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살의 헤비메탈 '피해의식' 새 싱글 발매 [Money Is Everything]
여기, 한국의 글램/헤어메탈 밴드 피해의식이 싱글 'Money Is Everything'을 공개한다. 이미 수명이 다한 장르에 왜 집착하느냐고 묻는 건 해외 헤비니스 씬의 동향을 잘 모르는 이야기다. 2000년대 초중반,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글램/헤어메탈의 싹이 다시 돋아났기 때문이다. 스틸 팬더(Steel Panther), 크래시다이어트(Crashdïet), 산타 크루즈(Santa Cruz), 크레이지 릭스(Crazy Lixx), 레클리스 러브(Reckless Love) 등으로 대표되는 이 일련의 흐름을 일컬어 '글램메탈의 새로운 흐름(New Wave of Glam Metal)'이라고 부른다. 짙은 눈화장, 가죽 의상, 한껏 과장되게 연출된 스테이지 매너 등 선배들의 유산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분명 '1980년대의 아이들'이다. 이들의 등장과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피해의식을 이 흐름의 일원으로 넣는다고 해서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EP [매직핑거]와 정규 음반 [Heavy Metal Is Back]을 통해 피해의식은 한국에 글램/헤어메탈의 새 조류를 이식했다. 아니, 이식했을 뿐만 아니라 제법 잘 해냈다. 특히 'American Junk Boy', 'Heavy Metal Is Back', '첩이라도 괜찮다는 니 말에' 등은 탄탄한 구성과 빼어난 멜로디 감각을 보유한 싱글로 남았다. 곳곳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이들은 2년 연속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대규모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무대를 밟았고, 2016년 2월 개최된 제 13회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물론 아쉬운 구석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이들이 만들어낸 음악은 '음악적'으로 훌륭했다. 팬들도 늘었다. 헤비메탈 황금기를 경험하지 못한 10대도 있었고,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린 3, 40대도 있었다. 아직 해외처럼 '씬'을 일구진 못했지만, 문을 열었다. 길을 냈다. 그 점만은 틀림없다.
한국 헤어메탈의 어떤 시점을 열어젖힌 밴드 피해의식이 내놓는 'Money Is Everything'은 올 3월 'I Hate Hiphop' 발표 이후 약 4개월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싱글이다. 10번 이상 들어본 결과, 피해의식을 좋아했고, 글램/헤어메탈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빨려들 만한 매력을 갖춘 곡이다. 아마 자주 듣게 될 것이다. 만약, 1980년대 헤비메탈에서 관습적으로(하지만 필수불가결하게) 사용되었던 발라드/미들템포 트랙을 선호한다면 더. [Heavy Metal Is Back]의 수록곡 'I Still Love You'를 기억한다면 더욱. 곡의 초반부는 마치 파이어하우스(Firehouse)나 화이트 라이온(White Lion)의 유명 싱글을 플레이하는 듯, 애잔하고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로 전개된다. 이어 템포가 빨라지고 크로커다일의 고음 창법이 나타나는 클라이맥스가 강력한 한 방을 던지며 존재를 각인한다. 무엇보다 '잘 들리고', '꽤 잘 뽑힌' 싱글이다. 글램/헤어메탈이라는 장르에서 이 점은 의외로 중요하다. 전형적이지만, 오히려 그 전형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듯 유머와 씁쓸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가사도 포인트다. 기실, 제목이 모든 걸 말한다. "돈이 전부"라는 제목은 모종의 과장이다. 모종의 비판이다. 모종의 순응이다. 결국 현실이다. "나도 돈 때문에 싸워보고 싶어"라고 외치는 절정부의 단말마가 마냥 웃기지만은 않는 이유다. 지금으로부터 근 35년 전 미국의 팝 가수 신디 로퍼(Cyndi Lauper)는 "돈이 온 세상을 바꾼다(Money Changes Everything!)"고 역설했다. 그냥 즐기는 음악이라 넘어가기엔 그 말은 앞날을 내다본 예언에 더 가까웠다. 세상은 정말 그렇게 되지 않았나. 피해의식이 쓴 이 메시지가 그저 흥밋거리든, 풍자든, 자조의 목소리든, 그게 뭐든 한번쯤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팀을 재정비한 피해의식의 라인업은 6월 현재, 크로커다일(보컬), 다이아몬드(기타), 스콜피온(베이스), 사이보그(드럼)이다. 이 싱글 발매를 기념해 밴드는 돌아오는 7월 16일 토요일 늦은 7시 홍대 롤링홀에서 단독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게스트로는 일본에서도 인정받은 4인조 록 밴드 워킹 애프터 유(Walking After U)와 한국 헤비메탈 1세대 백두산이 함께 할 예정이다. 신곡, 미발표곡, 기존 음반 수록곡들이 골고루 연주된다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