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 – [WAY OF STEEL]
'피해의식'은 고유의 팀 로고가 있다. 흔한 영어 표기가 아니라 '피해의식'이란 한글로 만든 드문 로고이다. 자음과 모음을 조화시켜 만든 로고를 보며 이 팀이 헤비메탈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걸 미루어 짐작했다. 록 밴드, 특히 헤비메탈 밴드에게 팀 로고는 상징과도 같았다. 수많은 밴드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힌 페스티벌 포스터에서 자신들의 로고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팀이 유명해지고 정상의 위치에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미래까지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시작부터 자신들만의 로고를 만들어 '피해의식'이란 이름과 자신들이 헤비메탈 밴드란 사실을 각인시켰다.
지금 나는 '오해'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피해의식'은 이미 첫 앨범 [Heavy Metal Is Back]으로 자신들을 증명해 보였다. 과장된 비주얼과 퍼포먼스, 그리고 일종의 기믹 같은 캐릭터 때문에 음악을 뒤에 두고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피해의식'은 좋은 리프와 코러스를, 다시 말해 좋은 곡을 만들 수 있다는 걸 [Heavy Metal Is Back]을 통해 증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과장된 비주얼과 퍼포먼스, 그리고 일종의 기믹 같은 캐릭터 때문에 피해의식을 의심의 눈길로 오해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피해의식'은 [Way Of Steel]로 또 한 번 증명하려 한다.
두 번째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멤버 절반이 바뀌었다. 기타리스트 손경호와 드러머 타란튤라가 팀을 떠났고 새로운 기타리스트 다이아몬드와 드러머 기계가 들어왔다. [Heavy Metal Is Back]의 모든 곡을 손경호가 만들었단 사실을 상기하자면 이들의 행보가 다소 우려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Way Of Steel]의 악곡부터 기술적인 부분까지, 우려는 우려로 그쳤다.
나는 '곡쓰기'라는 덕목이 피해의식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곡'보다 '기술'에 더 큰 비중을 둘 때 어떻게 자멸할 수 있는지 우리는 그동안 많은 밴드를 통해 경험했다. 곡을 쓰는 주체는 바뀌었지만 [Way Of Steel]은 [Heavy Metal Is Back]이 보여줬던 장점을 그대로 잇는다. 쉽게 귀에 들어오는 탄탄한 기타 리프가 있고 금방이라도 따라 부를 수 있는 매력적인 멜로디와 훅이 있다. 대표적으로 앨범의 첫 곡 "Way Of Steel"은 이 모든 게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질주하는 리프와 크로커다일이 고음으로 소화하는 곡의 클라이맥스는 그 자체로 멋지다. 새롭게 가입한 기타리스트 다이아몬드는 여기에 인상적인 기타 솔로를 덧입힌다. 깔끔하게 화려하다.
이 멋진 악곡 위에 크로커다일은 생활밀착형 가사로 '피해의식'의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 가사로,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상의 언어로 헤비메탈에 풀어내는 건 '피해의식'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이다. 처음에 나는 '피해의식'을 두고 '헤비메탈에 대한 이해'란 표현을 썼다. 단순히 밴드 로고뿐 아니라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 역시 과거 좋았던 시절의 헤비메탈 앨범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듯한 의도가 엿보인다. 가령 바이닐(LP) 시대 A면 마지막 곡으로 자리했음직한 발라드 "Money Is Everything"은 곡 배치는 물론이고 곡 분위기까지 그 시절을 제대로 담고 있다.
'피해의식'이 발표한 두 장의 앨범 제목을 살핀다. [Heavy Metal Is Back]과 [Way Of Steel]. 퍼포먼스와 캐릭터에 가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금속과 강철의 길을 말하는 이들의 태도는 진지하다. 다양한 퍼포먼스 안에 진지한 걸음이 있다. 더할 나위 없는 '피해의식'만의 매력이다.
- 음악 평론가 김학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