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원(Soul One)' [SouLonley]
음악을 나누는 여러 기준들이 있다.
가령 앉아서 가만히 듣는 음악이 있고 몸을 흔들면서 듣는 음악이 있다.
감정을 격하게 만드는 음악이 있고 차분하게 만드는 음악이 있다.
그리고 이번 '소울원(Soul One)'의 정규 앨범 1집 [SouLonely]는 모호하다.
생각 없이 춤추면서 듣자니 묵직하고 앉아서 듣자니 몸이 반응한다.
처음 만들어졌어도 친숙한 음악이 있는가 하면 낯설게 다가오는 음악이 있다.
이 앨범은 물론 후자다.
어째서 이런 애매모호하고 묵직한 정서가 형성되는 것일까.
아티스트의 이름이 아티스트의 음악적 철학과 일치한다는 전제 하에 '소울원(Soul One)'이라는 이름은 제법 흥미롭다.
Soul 은 음악 장르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혼이라는 의미를 갖는데 영혼은 언제나 순수한 하나로 간주되는 형태다. 한편 One 은 어떤 영역에 있어 최고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냥 하나만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Soul One'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데 하나뿐인 영혼이다.
본 앨범이 작곡과 작사는 물론 음악 제작의 모든 세세한 부분들을 홀로 오랜 시간에 걸쳐 정교하게 가다듬은 앨범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 앨범은 하나부터 열까지 Soul One 이다.
이번 앨범의 이름은 [SouLonely], 해석하자면 오직 하나만 남은 영혼이 앓는 고독을 다루는 노래들이 담겨있는 셈이다.
'소울원(Soul One)'에게 있어 고독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고통이 아니라 그저 가장 일상적이어서 무덤덤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실제로[SouLonely] 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담백하고 솔직한 어조로 자신의 고독들에 대해 풀어놓는다.
가령 타이틀 곡인 ‘불 켜지마’는 어딘가 반항적이고 꼬인 베이스 라인 위에 취한듯한 기타와 건반이 어지럽게 쏟아지는 도시적인 분위기의 곡이다. 보컬의 음색 역시 취한 사람 특유의 솔직함을 띠고 있는데 혼자서 중얼거리는 중인 것 같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이 곡은 오직 하나만을 부탁하는데 불을 켜지 말 것을 부탁한다. 그러니 이 혼잣말인 것 같은 말들은 실은 누군가에게 향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가벼운 하룻밤 대상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한 상황이다. 불을 켜면 그들은 보게 된다. 함께 있는 사람이 누구고 자신은 누구이며 오늘은 무슨 요일인지를 알게 된다. 노래는 그러고 싶지 않고 그냥 내려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려놓고 싶다고 좀 가벼워지고 싶다고 얘기한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이 끔찍한 정서는 취한 듯이 비틀거리는 단순하고 쉬운 단어들로 표현된다.
그 외의 다른 곡들도 모두 동일한 공통점을 갖는다. 다 취한 사람의 혼잣말이지만 그 내용은 가볍게 흘려 듣기 어렵다.
그러나 음악적 색채가 모두 비틀거리는 몽롱한 상태와 같아서 몸은 노는 사람의 몸처럼 반응하는데 머리를 깨어있게 만든다. 뭐하나 자신 있게 분석하기 힘든 앨범이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이런 음악은 대한민국에 없었다는 사실 하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