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x 권순일, 박용인 of 어반자카파 '틈' ('썸' 두 번째 이야기)
- 누구에게나 있다. 사랑, 시작. 그 떨렸던 순간.
"무슨 남자가 그래?" "내가 뭐가 어때서?" 서로 다 알면서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을 툭툭 내뱉는 남녀. 먼저 틈을 보여달라며 알듯 말듯한 신호를 보내는 남녀. 누구나 저마다의 사랑을 한다. 그것의 방식은 달라도 연애하기 전, 설레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런 감정, 서로에 대한 마음의 크기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고 타이밍 한 번 맞추기 힘들기에 더욱 애가 탄다. 톡 메시지 사소한 이모티콘 하나에도 예민하게 감정이 반응하던 그 때, 서로 눈치만 보며 설레던 그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틈'을 보여주면 좋을 텐데.. 빙빙 돌려 속으로만 하는 말, '제발 티좀 내줄래?'
- 2014년 최고 신드롬 '썸', 그 두 번째 이야기 '틈'
음악방송 순위 프로그램 1위 11회, 무려 41일 연속 음원차트 1위 행진, 방송 영화 코미디 각종 패러디. 올해 가요계 최장 1위 기록이자, 2014년 최고의 화두로 주목 받은 소유x정기고의 '썸'(Some)이 세운 기록이다. 죽음 같은 사랑을 노래하듯 소몰이 창법도, 눈물 쏟는 신파극 가사도 없지만 이 곡의 인기요인은 평범함 속 특별함에 있었다.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너'로 압축되는 썸남썸녀의 입장은 이 곡을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스테디셀러로 만들었다.
'썸'의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엔 서로 틈을 보여달라며 눈치 주는 '빈틈남녀'의 얘기다. '썸' 신드롬을 이끈 히트작곡가 김도훈 특유의 로맨틱한 멜로디에 요즘 젊은 세대들의 연애 방식을 그려 평범하고도 특별한 러브송을 완성했다. 굳이 자극적인 전개를 펼치지 않더라도 기분 좋게 편안한 감상을 제시한 것은 '썸'과 '틈'을 이어주는 독특한 가치다. 특히 한 글자 제목이 전달하는 강렬하면서 함축적인 이어 캣칭(Ear Catching) 효과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단번에 전달하기에도 충분하다.
- 밀당하기 지친 '빈틈남녀'의 현실적인 러브판타지
'썸'이 진정성있게 남녀 자신의 속마음을 터치했다면, "틈"은 조금은 가볍고 밝은 톤으로 빈틈남녀의 감정 그대로를 드러낸다. 색깔에 비유하자면, 아직 선명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파스텔톤에 가까운 사랑. 노랫말도 무심한 듯 툭 치고 나온 일상에 섬세한 감정표현이 더해졌다. '썸'이 각자의 속마음을 대변했다면, "틈"은 남녀간의 대화를 통해 겉과 속이 다른 그들의 마음을 대치시켰다. 남자의 속마음으로 시작돼 주고받는 둘의 대화, 그리고 결국 드러내지 않은 속마음으로 이어지는 구성이다.
따뜻한 느낌을 묵직하게 표현한 음악도 인상적이다. 청량한 멜로디 위에 두툼한 사운드를 대비시킨 '퓨전 레트로 소울’ 장르의 이 곡은 드라마틱하게 빈틈남녀의 입장을 풀어냈다. 굽이치며 꿈틀대는 베이스가 만들어낸 그루브까지, 손 대면 터질 것 같은 사랑의 설렘과 닿아있는 노래다.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고 소란스럽게 꾸미지 않아도 잔잔하게 공감을 그려낸, 유연하게 감정을 건드리는 그런 노래다. 화려한 수식어 보다는 진솔한 전달에 초점을 맞췄고 애써 과장된 표현으로 포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면서도 일상의 소리에서 찾은 감정을 담담하게 전한다. 이는 값싼 사랑노래들과 선을 긋는 지점이다.
- 소유 x 권순일, 박용인 of 어반자카파 = 로맨틱한 합이 그린 케미스트리
사랑, 그 시작의 떨림은 목소리에 섞여 멜로디 위를 떠돈다. 소유의 새로운 파트너는 어반자카파의 두 남자 박용인, 권순일. 로맨틱한 어반자카파의 감성과 소유의 청아한 음색이 모난 곳 없이 매끄럽다. 다르면서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서로의 존재감을 편안히 받쳐주는 식. 무엇보다 이 3명의 다름을 같음으로 강하게 묶어주는 힘은 멜로디의 설득력과 대화체 노랫말의 공감이다. 천편일률적인 사랑타령이 아니다. '썸'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말하는 사랑 얘기이기에 더욱 공감가는 주제.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사랑노래도 아니며, 최루성 멜로영화와 같은 자극적인 성질의 것도 아니다. 밀당 남녀의 풋풋한 감정을 그대로 전달함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다. 결국 음악, 노랫말, 보컬, 스토리텔링이 함께 그려낸 매끄러운 조합이다.
대중음악사의 영원한 주제 '사랑'. 물론 러브송은 시대를 닮는다. 현재 젊은 세대들은 연애를 계산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탐색 전초전의 기간을 '썸'이라 부른다. 문자 할 땐 재미있고 전화할 땐 설레지만 막상 만나면 눈치만 보는 사이, 몰래 흐믓하게 바라보다 주춤하는 관계, 누구나 겪었을 그 때의 감정을 노래한다. 사랑의 판타지와 현실은 다르다 해도, 그 시작의 과정은 늘 설레고 쫄깃하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깐, 당장은 속을 알 수 없으니깐. 누구나 경험한다. 사랑의 시작 그 떨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