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네타리움 레코드 레이블 EP [PLANETARIUM CASE#1] 리뷰
Cooperative Play & Adventurous Commercial
레이블 EP [PLANETARIUM CASE#1]
디지털이 음원 시장을 지배하기 전에는 레이블의 이름을 걸고 발매되는 음반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어두고 여러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건 리스너들에게는 큰 혜택이었다. 음원이 아닌 음반을 판매해야 하는 시절에는 그랬다...
‘협동’과 ‘모험’을 내걸고 주목받아 온 플라네타리움 레코드 레이블은 음원 발매 방식으로 레이블 앨범을 선택했다. 레이블의 수장 격인 케이지, 이미 시장의 평가를 받은 정진우와 빌런은 물론, 준, 모티, 가호 3인의 새얼굴이 앨범의 주역으로 참여했다. 함께 만들어 가는 협력 지향의 앨범,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얼굴을 내세운 모험 지향의 앨범이다.
명확한 특징을 가진 레이블이나 크루들이 옴니버스 형태의 음반을 종종 발표하지만 옴니버스 형태의 음반으로 소속 가수들을 데뷔시키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싱글로 어필해야 하는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다수의 곡이, 그것도 신인들의 곡이 한꺼번에 공개되었을 때 마케팅 포인트를 잃고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6인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플라네타리움 레코드 레이블의 이러한 시도에는 두 가지의 복안이 담겼다. 레이블의 포지셔닝과 미데뷔 아티스트들의 임팩트 있는 데뷔다. 이번 앨범을 통해 ‘플라네타리움 레코드’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좀 더 강하게 각인될 것이며, 다음 달로 예정된 두 번째 EP [case#2], 그리고 꾸준히 이어질 다음 앨범들을 통해서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이번 앨범으로 공식적으로 데뷔하는 준, 모티, 가호 3인의 뉴페이스들은 레이블에 대한 기대감, 앞서 인정받은 케이지, 정진우, 빌런의 힘에 기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3인의 선배가 자연스럽게 동료들의 데뷔를 견인하는 그림이다. 케이지를 제외한 다섯 뮤지션은 예전부터 ‘알파딕트’라는 크루로 함께 활동하던 오랜 친구들. 빅브라더 역할을 맡은 케이지의 지휘 아래에서 오랜 시간 주고받아 온 합을 맞췄다. 6명 모두가 싱어송라이터로서 역량을 뽐낸다는 것 또한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총 9곡이 담긴 이번 EP는 예상대로 모든 곡을 이들이 직접 만들었다. EP 전체를 케이지가 조율하는 역할을 했지만 인트로, 아웃트로를 제외한 모든 곡은 동생들이 맡았다. 타이틀곡인 ‘Blah’와 ‘풀 (Glue)’는 케이지를 제외한 다섯 명이 모두 참여했고, 다섯 명이 각자 한 곡씩 개인 곡을 직접 송라이팅했다.
케이지의 유연한 그루브 ‘Intro’가 흥겹게 문을 열면 가호의 달콤한 발라드 ‘Shine On You’가 이어진다. 21세의 어린 나이를 의심하게 하는 안정된 감성과 보이스는 편안하게 귀를 녹인다. 가호의 안정감에 더해진 빌런의 피처링은 편안한 곡에 맛을 더한다.
이어지는 준(June)의 ‘The Way You Feel Inside’는 트렌디함이 돋보인다. 전자악기는 물론 선을 다르게 달리는 기타 사운드, 코러스와 다채로운 효과음까지 활용하며 음악성을 뽐냈다. 방탄소년단 ‘You Never Walk Alone’ 앨범에 작곡가로 참여한 이력, 수란의 ‘오늘 취하면’, ‘Love Story (feat.Crush)’의 공동작곡자라는 이력 또한 눈길을 끈다.
빌런의 ‘몰라’까지 스타일리시 R&B의 잔잔한 흐름은 계속된다. 개인 싱글들에서 보여주었던 개성과 음악성이 그대로 재연되었다. 한 음 한 음에 변화를 주며 소리 지르지 않고도 곡의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여전히 탁월하다.
잔잔하게 이어져 온 흐름은 타이틀 곡 ‘Blah’에서 반전된다. 젊은 패기의 다섯 멤버가 모두 주인공이 되어 패기 넘치는 가사들을 내뱉는다. 리듬을 갖고 노는 젊은 R&B 천재들의 향연이며, 플라네타리움 레코드 레이블의 스타일과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다섯 멤버가 개인적 음악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하나의 톤을 맞춰 노래하는 K-Pop 그룹의 고퀄리티 음악에 가깝다.
고조된 분위기는 모티(Moti)가 이어간다. 레이블의 유일한 래퍼 모티는 ‘힙합’이라는 문화적 코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편안한 랩을 특징으로 한다. 솔직 과감한 단어들을 유쾌한 스토리텔링으로 희석시키며 편안하고 유려하게 곡을 소화했다.
이어지는 정진우의 ‘달 (Gravity)’은 빈틈없는 9곡 중에서도 단연 백미다. R&B라는 장르의 틀을 벗고 나온 정진우의 모던한 곡 소화 능력은 22세 싱어송라이터의 빠른 성장을 증명하고 있다. 공간으로 퍼져가는 감성의 울림이 감동적이다.
다섯 멤버는 ‘풀 (Glue)’에서 다시 한 번 뭉쳤다. 21세~22세의 청춘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노래하는 모습이 생기 넘친다. 다섯 명이 하나가 된 듯 리듬과 그루브를 같은 느낌으로 소화해 내는 모습에서 이들의 오랜 우정을 엿볼 수 있다.
다섯 멤버의 파티가 끝나면 케이지의 ‘Outro’가 묵직하고 신비롭게 EP를 매듭짓는다. 대견한 듯 동생들을 바라보는 빅브러더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음악적 틀 안에 한정되지 않는 다채로운 시도들을 통해 뮤지션들의 천부적인 재능을 황홀한 매력으로 묶어 내겠다던 ‘플라네타리움 레코드’ 레이블. 이제 그 당찬 포부가 막 실현되기 시작했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