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지 (Kei.G)' [케이지 LV.2 `Shine!`]
'케이지'는 독특한 캐릭터다. 커리어만 보면 생짜 신인인데 음악만 들어보면 초짜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막 나온 두 곡 "지금 여기", 그리고 "Shine!"만 들어보면 그렇다.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케이지는 음악은 그저 취미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덕후 기질이 있는 그는 엄청난 음악 마니아이기도 했다. 5년전부터 작곡을 시작해 독학으로 여러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을 익혔고,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 등의 악기 역시 취미처럼 연주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200여 곡을 만들었다.
'케이지'는 흑인음악과 일본 게임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대전액션게임 '킹 오브 파이터즈' 배경음악을 들으며 드럼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일화들이 좀 장난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본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음악의 수준은 상당히 높기 때문에(오히려 대중음악이 할 수 없는 기발한 시도들이 이 안에 있다) '케이지'의 음악적 배경을 굳이 의심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Shine!"을 설명하면서 퀘스트 러브, 데니스 챔버스, 에릭 할랜드 등의 재즈 드러머의 톤을 언급하는 걸 보면 음악적인 영역이 좁지 않은 듯하다.
아무런 정보 없이 '케이지'의 데뷔곡 "지금 여기"를 들었을 때 리듬감이 좋은 뮤지션이란 생각이 들었다. 멜로디, 가사가 좋은 발라드는 많지만, "지금 여기"처럼 리듬을 잘 쓴 발라드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Shine!"은 미디움템포의 리드미컬한 R&B 성향의 곡이다. 굳이 흑인음악을 추구한 노래는 아니고, 그냥 봄날에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도시적인 팝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케이지'는 시부야 교차로에서 이 곡을 떠올렸다고 하는데, 일본의 부부 아티스트이기도 한 '야마시타 타츠로'(프로듀서), '마리야 타케우치'(싱어송라이터)의 청량함을 담아보려 했다고 한다. 기존 세션의 관성을 따르지 않고, 각각의 악기들이 내추럴하게 섞이는 프로듀싱에서 '케이지'의 음악적 센스를 엿볼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배우 '이시자카 유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자연스러운 매력을 지닌 노래다.
권석정 (음악전문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