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온 편지
"네 사랑은 안녕하니" 라고 묻는 듯했다. 어느 날은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을 만큼 너무 괜찮지 못했고 또 다른 날은 대답보다 먼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일 만큼 마음이 벅찼다. 자꾸만 내 마음을 끄집어내려는 물음 들로 가득 찬 노랫말에 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을 곁에 두라고 속삭이는 말 짓에 감춰둔 마음은 부정할 틈도 없이 증폭되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볼을 쓰다듬은 차디찬 손이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깊숙이 품었던 그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을 상상하면서 요동치는 마음을 더 말리지 않았다. 행복한 착각의 끝엔 언제나처럼 제자리를 찾아갔지만 뜨거운 흔적을 잊지 못해 마음을 전하리라 다짐했다.
담아두었던 사랑을 뱉어 내려 무던히 애썼다. 네가 보지 않을 때 마른침을 삼키고 옷자락에 땀이 흥건한 손바닥을 몇 번이고 쓸어 내렸는지 모른다. 덥수룩한 고백에 간질간질한 공기가 우리 사이를 채웠으나 조금 더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어폰 한쪽을 건넸다.
다 전하지 못한 내 마음들이 담겨있어 잘 들어줘, 앉은 벤치 앞으로 분주한 발길들이 끊임없이 오갔지만, 나의 시선은 오로지 네 발끝이었다. 너도 내 생각과 같다면, 언제가 되어도 좋아. 내가 정신없이 사랑에 빨려 들어온 것처럼 너도 그래 준다면 발걸음을 재촉하다 못해 뜀박질로 네 품에 벅차도록 안길 거야.
초여름 밤, 우리는 채 달궈지지 못한 아스팔트보다 앞서 뜨거워졌다. 늘 그이의 옆자리가 나의 제자리이길, 기어코 사랑으로 끌어 들이고야 마는 말 짓들의 향연__
(글_규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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