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의 밤 – Moonrise
달이 뜬다.
그 달이 진다.
그리고 다시 뜨고
또다시 저물어 버린다.
구름이 끼어 보이지 않을지언정, 지구상에서 바라보는 위치가 다를지언정, 달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어김없이 뜨고 진다. 그런 지루한 달에 집착하는 ‘서교동의 밤’이 첫 번째 정규앨범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봄에 선보인 EP 앨범 ‘Moon Flower’에서는 벚꽃나무 가지 사이에 달을 수줍게 걸어 놓더니, 봄의 끝자락이 사라져가고 여름 수풀 내가 풍기기 시작하자 이제는 달을 띄워 올리는 ‘Moonrise’로 다가왔다.
그들에게 ‘달’은 무엇일까?
위대한 글과 그림 속에서 달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로 자리매김해왔다. 달은 기다림이고 그리움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수줍음이고 신비함이기도 하다. 혹은 누군가의 간절함을 가장 잘 들어주는 친구이기도 해왔다.
이름에서부터 ‘밤’을 내세운 면에서 느껴지듯, ‘달’은 서교동의 밤에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시작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마지막인 것은, 그들에게 달이란 외로움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가장 친숙한 또 다른 자아이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매일 조금씩 위치와 모습을 변하는 달이지만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어떠한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다. 움직이고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것, 서교동의 밤은 그들의 음악을 이렇게 변화시키려 한다. 그러기 위해 달이 떠오른(Moonrise) 것이다.
특별히 이번 앨범은 새로운 곡들과 함께 지난 EP 앨범의 곡들이 수록된 정규앨범이다. 전체를 가로지르는 외로움의 감정은 줄곧 몽환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준다. 그런 강한 회화성 때문에 오늘도 서교동의 밤이 띄워 올린 작은 달빛이 외로운 누군가의 창가에 적셔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앨범의 첫 곡은 아카펠라 곡으로 문을 연다.
‘Moonrise’ 앨범의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동명의 곡인 ‘Moonrise’는 특별히 첫 번째 싱글에서 함께한 ‘소울맨(Soul Man)’이 피처링을 했다. 풍부한 성량과 화음으로 이루어진 이 곡의 중간에는 ‘Walking in the Moonlight’의 친숙한 라인도 들을 수 있다. 이 화음은 그대로 다음 곡 ‘City Blow’로 이어져 앨범을 전개한다.
‘City Blow’는 세련된 도시 느낌의 인상이 강한 곡으로, 빌딩 숲을 가로지르는 바람을 소재로 하여 ‘너’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서교동의 밤에서 가장 많은 곡들을 불러오고 있는 다원의 시크하고 무심한 듯한 보컬이 매력적이며 멜로디로 들리기도 하는 리드미컬한 랩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Falling in Moonlight’은 서교동의 밤의 대표곡인 ‘Walking in the Moonlight’의 분위기를 이어 주는 일렉트릭 소울 곡이다. 매우 느린 템포의 빈 공간은 많은 멜로디를 부르기보다 남아 있는 감정에 집중하고 추억에 가만히 잠기게 해 준다. 같은 곳을 바라보던 시선의 끝에 함께 했던 달빛, 하지만 이제는 홀로 바라보고 있는 그 빛에서 사라져 가는 남아 있는 작은 기억에 미련을 가지고 가만히 몸을 맡긴 마음이 나타나 있다.
‘My Love’는 앞선 ‘Falling in Moonlight’과 동시간대의 정서와 외로움을 담고 있다. 달빛이 비친 밤하늘의 구름과 이를 주변에서 감싸고 있는 영롱한 불빛의 조화 속에서 ‘My Love’에 대한 추억을 곱씹는 내용이다. 어쿠스틱 드럼 사운드가 곡의 주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며 가만히 있는 듯 움직이고 있는 EP 라인이 기억에 남는다.
‘새벽별’은 따뜻한 기억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화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새벽별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의 상황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보면 곡의 분위기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메인 멜로디에 덧붙여서 펼쳐지는 서브 멜로디가 또 다른 이야기를 형성하는 듯 잘 교차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다원’과 ‘Lazier’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아련한 그때의 시간으로 다시 데리고 가는 다양한 FX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곡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