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의 무한확장, 더 보울스 (The Bowls)의 AOR 사운드 [Plagiarism]
더 보울스가 이번에는 AOR을 담아냈다. 앨범 오리엔티드 록 (Album Oriented Rock) 혹은 어덜트 오리엔티드 록 (Adult Orient Rock)이라 일컬어지는 이 용어는 198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했던 헤어 메탈(Hair Metal)과 구분하기 위해 생겨났다. 일본에서는 흔히 시티 팝 (City Pop)이라고도 한다. 사실 장르로 구분하기는 모호한 부분이 있는 사운드이자 스타일로 록 음악의 밴드 편성을 기본으로 한다. 오밀조밀한 악기 배치,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이 특징이다. 국내에도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구되는 분야이다. 지금껏 비슷한 또래의 밴드와는 극명하게 비교되는 올드한 감성을 음악으로 구현해왔던 더 보울스의 선택지로는 제격이라 하겠다.
지난해 12월 발매한 [Standard Carol]에 이어 두 곡의 싱글로 구성된 이번 [Plagiarism · 봄의 끝에서]는 지난 작품부터 정식 멤버로 함께한 임성현의 건반 연주의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봉고와 콩가, 윈드 차임과 같은 타악기의 배치는 올드 스쿨 밴드 더 보울스만의 감성에서 빛난다. ‘Plagiarism’은 AOR 사운드답게 유려한 멜로디가 두각 된다. 곡의 구성도 그간의 기타 중심 구성을 벗어나 다른 악기 연주의 비율을 높였다. 이어지는 ‘봄의 끝에서’라는 작품은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AOR류 싱어송라이터 마이클 프랭크스 (Michael Franks)의 곡들에 영향을 받았다. 전통적인 악기의 구성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악기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듣는 재미를 더했다. 이 두 곡만 들으면 그동안 어떤 음악을 해왔던 밴드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새로움’이라는 키워드는 팀의 주된 태도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이 늘 카피하며 연주해왔던 록의 전설에게서 얻어왔다. 물론 이런 창작의 끝에는 기시감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지만, 더 보울스가 내놓은 창작물들은 늘 새로웠다. 이번 [Plagiarism · 봄의 끝에서]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로 구성된 젊은 밴드가 AOR 사운드 위시하며 당당히 활동을 알린 경우도 없었다. 더 보울스는 새로울 것 없는 기존의 소스들로 온전한 자신들의 스타일을 창조해내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