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가장 독창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Brad Mehldau'
'Chris Thile'과의 협연, Bach 재해석의 독집을 거쳐 다시 한 번 트리오로 컴백!
멜다우 프로그램의 구성(constitution)을 읽다!
'Brad Mehldau Trio'의 2018년 신작이 발표되었다. 'Brad Mehldau'의 서른한 번째 앨범이며(공동 리더 앨범을 포함해서) 'Brad Mehldau Trio'의 열다섯 번째 앨범이고 'Mehldau-Larry Grenadier-Jeff Ballard'의 라인업으로는 여섯 번째 앨범이다. 이번 앨범 [시모어가 헌법을 읽다! Seymour Reads the Constitution!]에는 파퓰러 송, 기존의 재즈곡들 그리고 멜다우의 새 작품들이 고르게 담겨 있다. 비교적 근래의 앨범과 굳이 비교하자면 2012년에 발표되었던 [당신은 어디서 출발하나요 Where Do You Star]와 그 성격이 유사하다.
이 앨범에 담긴 파퓰러 송 중에서 아마도 재즈 팬들이라면 [사랑에 빠진 것처럼 Almost Like Being In Love]이 가장 친숙할 것이다. 'Frederick Loewe'가 1947년 뮤지컬 [브리가둔 Brigadoon]을 위해 쓴 이 곡은 'Nat King Cole'의 노래로 가장 널리 알려졌으며 재즈 팬들이라면 'Red Garland', 'Chet Baker' 연주 등을 기억할 것이다. 'Brad Mehldau'는 이 친숙한 첫 곡에서도 그들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는데, 'Mehldau'의 모험적인 화성 그리고 베이스-드럼과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은 일흔 살이 넘은 이 곡에게 싱싱한 젊음을 부여하고 있다.
일반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와는 달리 'Mehldau'가 '60년대 이후의 록 넘버들을 레퍼토리로 삼은 것은 1996년 앨범 [트리오의 예술 1집 The Art of the Trio Vol. 1]에서부터 이미 알려졌다. 당시 'Mehldau'가 녹음했던 곡은 'The Beatles'의 [블랙 버드 Blackbird]로, 이후에도 그는 [친애하는 마사 Martha My Dear], [그녀가 집을 떠나네 She's Leaving Home] 등 'Lennon/McCartney'의 곡을 계속 연주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언급하자면 '멜다우'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은 'Paul McCartney'다. 'Mehldau'는 'McCartney' 풍의 선명하고 인상적인 선율에 매료되어 있다고 보이는데, 그 점은 이후에도 녹음한 [나의 발렌타인 My Valentine] 그리고 이 앨범에 담긴 [멋진 날 Great Day]와 같은 'McCartney'의 곡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때때로 재즈 연주자들이 파퓰러 송을 다룰 때 보여주는 화성적인 접근과는 달리, '멜다우'는 이들 곡에서 역시 그 선율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Mehldau'는 'McCartney'가 부른 노래의 선율을 잘 유지해 가면서(중반부에는 그 주도권을 'Larry Grenadier'에게 넘기면서도) 연주 후반부에 자신의 즉흥성을 발휘한다.
'Brad Mehldau Trio'는 이 앨범에서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옛 재즈 작품 두 곡을 연주했다. 그 중 한 곡인 [데-다 De-Dah]는 비운의 피아니스트 'Elmo Hope'의 작품으로, 이 곡은 'Mehldau'로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Elmo Hope곡이다. [데-다]에서 'Larry Grenadier'의 베이스 솔로 후에 등장하는 'Mehldau'의 솔로는 잘 계획된 전개도를 펼쳐 보이는 것 같다. 솔로는 코러스가 전개 될수록 기본 화성에서 엇나간 것 같은 쌉싸름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다분히 'Mehldauish' 하다. 'Jeff Ballard'의 후반부 드럼 솔로는 밥 스타일의 이 곡의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하면서 곡을 끝맺는다.
하지만 'Mehldau'의 팬이라면 위의 곡들만으로 'Mehldau' 본연의 색깔이 완성됐다고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멜다우' 본인의 작품이 필요하다. 좀 더 우울하며 불안하고 심지어 엇나가는 것 같은([소용돌이 Spiral]에서 왼손의 반복 되는 리프 멜로디 위에서 펼쳐지는 오른손의 즉흥 멜로디를 들어보라) 분위기는 'Mehldau'의 작품에서만 가능하다. 앨범의 맨 앞을 장식하는 [소용돌이]와 [시모어가 헌법을 읽다 Seymour Reads the Constitution]의 불안과 우울이 앨범을 지배했을 때 불현듯 이어지는 [사랑에 빠진 것처럼]의 순수함, 경쾌함은 그래서 배가가 된다.
그렇다. 이것이 'Mehldau' 프로그램의 구성 원리다. 그것은 파퓰러 송에 대한 폭넓은 섭렵, 재즈 레퍼토리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독창적인 색채를 지닌 탁월한 연주자만이 지닐 수 있는 요소들의 결합체다. 'Mehldau'는 늘 그래왔고 이번 앨범을 통해서 그 점을 더욱 명백히 들려주고 있다.
글: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 (라이너노트에서 발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