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성공한 여성 엔터테이너 '제니퍼 로페즈' 의 귀환 [A.K.A.]
금세기 들어 가장 성공한 여성 엔터테이너를 꼽는다면, 상당수의 전문가는 제니퍼 로페즈를 뽑을 것이다. 영화 쪽의 경력이 조금 더 길긴 하지만 1999년에 [On The 6] 앨범을 발표한 이후 줄곧 연기와 음악을 병행해오며 쇼 비즈니스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그녀는 배우와 가수 이외에도 작가, 디자이너, 프로듀서 등 다방면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가장 성공한 여성 엔터테이너’의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으로 보아도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7,500만 장의 앨범을 판매했고 20억 달러에 이르는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둬들인 그녀는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왕성한 활동으로 고른 사랑을 받았다. 영화 <Selena>에서 주연을 맡으며 이미 가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제니퍼 로페즈는 데뷔 싱글 ‘If You Had My Love’를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다. 당시 대중 음악의 대세였던 라틴 장르를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메인스트림에 안정적으로 입성한 그녀는 2001년 [J.Lo]를 발표하며 레코딩 아티스트로서 인정 받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여러모로 제니퍼 로페즈의 스타성이 가장 밝게 빛나던 시기였다. [J.Lo]가 빌보드 앨범 차트에 올랐던 주에 영화 <웨딩 플래너(The Wedding Planner)>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그녀는 음악과 영화 차트 정상을 동시에 정복한 첫 엔터테이너가 되었다. 이듬해 발표한 [J to tha L–O! The Remixes]는 빌보드 앨범 차트 역사상 처음으로 1위 자리에 데뷔한 리믹스 앨범이 되었고, 같은 해 말에 발표한 [This Is Me… Then] 역시 연이은 히트 싱글들을 발표하며 가수로서의 제니퍼 로페즈의 위치를 굳건하게 해주었다.
2005년의 [Rebirth], 2007년의 첫 스패니쉬 앨범 [Como Ama Una Mujer]와 국내에서 빅 히트를 기록한 [Brave]까지 계속되는 영화배우 겸 사업가로서의 활동 중에 발표한 앨범들이 그녀의 명성을 이어가게 해주었고, 2011년의 [Love?] 앨범은 ‘On The Floor’라는 메가 히트 싱글과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의 심사위원으로 누린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제니퍼 로페즈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2012년 베스트 앨범인 [Dance Again… The Hits]로 10여년의 작품 활동을 1차적으로 정리한 제니퍼 로페즈는 [A.K.A.] 앨범으로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화려하게 알리고 있다.
음악 커리어의 새로운 장을 여는 [A.K.A] 정규작으로는 여덟 번째 앨범이 되는 [A.K.A.]는 캐피톨(Capitol) 레이블에서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경력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1999년 가수로 데뷔했을 때 전세계에 격렬하게 열었던 라틴 열풍과 함께 메인스트림으로 진입되었지만 제니퍼 로페즈 음악의 중심에는 언제나 R&B와 힙합이 있었다. 그리고 [A.K.A.]는 그 중심으로 돌아가 아티스트로서의 새로운 진화를 꿈꾸는 제니퍼 로페즈의 야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앨범을 듣다 보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의 오프너이자 타이틀 트랙인 "A.K.A."는 미니멀한 힙합 사운드에 얹혀진 ‘난 지금껏 너희가 알아온 그 여자가 아냐’라는 선언적인 메시지가 강인한 우먼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곡이다. 속이 단단하고 매혹적인 목소리를 지닌 제니퍼 로페즈의 보컬이 주는 매력을 잘 살린 이 노래에는 남부 힙합의 왕 티.아이.(T.I.)가 예의 속사포 랩으로 참여하며 뜨거운 에너지를 더하고 있다. 앨
범 발매에 맞춰 두 번째 싱글로 공개된 "First Love" 는 어반한 느낌의 업템포 힙합 댄스 넘버로 완성되어 댄스의 여왕 제니퍼 로페즈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만들어줄 노래이다. 말이 필요 없는 히트곡 메이커 맥스 마틴(Max Martin)이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하여 시간이 갈수록 더욱 예리해지는 감각을 선사하고 있는 이 노래는 빅 드럼이 주도하는 섹시한 편곡에 사랑하는 사람이 첫사랑이기를 원하는 마음이 녹아 들어 묘하게 센슈얼한 기운을 내뿜는다.
한편 앞서 공개된 두 곡보다는 발라딕한 만듦새가 눈에 띄는 "Never Satisfied" 는 댄스와 힙합 장르에 편중되었던 히트곡들로 제니퍼 로페즈의 가창력을 판단해왔던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섬세한 표현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할리우드의 대표 여배우답게 아무리 노력해도 다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완벽하게 연기해내는 그녀의 드라마틱한 보컬은 중독성 만점의 비트와 어우러져 짙은 감동을 더한다.
경력에 반하여 점점 젊어지는 사운드와 이에 매끄러운 화학작용을 보이는 "I Luh Ya Papi" 는 '제니퍼 로페즈' 의 통통 튀는 매력이 느껴지는 곡이다. 곡의 전체를 감싸 안은 신스 사운드에 금속성의 비트가 역동적인 맛을 더하는 이 노래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섹시한 묘사들이 가득하며 남녀 간의 화끈한 사랑을 이야기해낸다. 특히 뒷골목 제니가 자랐던 브롱크스 출신의 신예 스타 프렌치 몬타나(French Montana)가 합류하여 유쾌한 사랑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 곡은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만점의 후렴구와 시원한 힙합 비트 덕분에 앨범 발매와 맞물려 올 여름 새로운 히트가 기대되는 노래이기도 하다.
한편 "Acting Like That" 은 미니멀한 편곡으로 보컬의 거친 질감을 살리고 있는 힙합 발라드이다. 짧은 호흡으로 노래하며 강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에 지원 사격을 해주는 빌보드 싱글 차트 넘버원 "Fancy" 의 주인공 이기 아젤리아(Iggy Azalea)가 구사하는 서던 힙합 스타일의 걸쭉한 랩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신스와 피아노가 빚어낸 섬세한 구조가 후반부에 몰아치는 엄청난 드라마로 연결되는 "Emotions" 는 연약한 마음을 안고 사는 여성으로서의 부드러운 면모를 드러내며 제니퍼 로페즈의 다양한 매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곡에서 눈에 띄는 이름은 당연히 R&B 슈퍼스타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굴곡(?)이 많은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이 가슴 저린 발라드를 대선배를 위해 기꺼이 함께 작업해주었고,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그의 참여는 곡이 성공적으로 완성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Love?] 앨범에서 잠깐 끊어졌던 코리 루니(Cory Rooney)와의 협업 역시 주목할 만한데 데뷔작부터 함께 해온 특급 작곡가/프로듀서와의 재회는 제니퍼 로페즈가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자신을 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신비로운 멜로디에 담긴 순도 높은 애수의 "So Good" 은 개인사를 다루고 있어 아티스트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 제니퍼 로페즈를 경험하게 해주고, 스패니쉬 기타가 주도하며 불꽃 같은 라틴 음악의 매력을 들려주는 "Let It Be Me" 는 독백을 하듯 부드럽게 노래를 이어가는 그녀의 촉촉한 보컬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만든다. 한편 릭 로스(Rick Ross)의 이름만 보고도 짐작이 가능했겠지만 [A.K.A.]에서 가장 하드한 비트가 깔리며 진한 힙합의 기운을 풍기는 ‘Worry No More’는 어둡고 무겁지만 오히려 근래의 힙합 트렌드에는 잘 부합하는 곡이다.
다년간 특급 MC들과 함께 해오며 그들의 랩을 살리면서도 자신이 빛나는 법을 익힌 제니퍼 로페즈는 "Worry No More" 를 통해 라디오 친화적인 대중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Booty" 는 발리우드 풍의 인트로부터 어깨를 저절로 덩실거리게 만드는 뇌쇄적인 비트에 이르기까지 한여름의 클럽을 후끈하게 달구어놓을 것이 분명한 하이 에너지가 일품인 곡이다. 누가 뭐래도 제니퍼 로페즈가 아니라면 과연 누가 이 노래를 이만큼 소화해낼 수 있었을까 싶은 "Booty" 는 이제는 없으면 섭섭한 그 이름 핏불(Pitbull)이 유쾌한 랩을 들려주며 곡의 즐거움을 더한다. 특
히 제니퍼 로페즈가 직접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아티스트로서의 더 큰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노래이기도 하다. 한편 ‘TENS’는 레게 리듬의 브레이크다운이 이채로움을 더하는 클럽 댄스 넘버로 완성되어 흥겹기 그지 없고, 톰 스캇 앤 더 캘리포니아 드리머스(Tom Scott And The California Dreamers)의 ‘Today’를 샘플링한 ‘Troubeaux’는 브라스 연주를 잘 살려내 독특한 어반 사운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곡이다.
그리고 시아(Sia)의 참여로 일찌감치부터 화제를 모았던 "Expertease (Ready Set Go)" 는 섹시한 미드 템포 넘버로 만들어졌는데, 그녀가 작업 후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제니퍼 로페즈의 표현력은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완벽하다. [A.K.A.] 앨범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프렌치 몬타나가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 "Same Girl" 로 현악과 관악 오케스트레이션을 차용하여 섬세함과 대담함을 동시에 이끌어낸 힙합 넘버이다. "Jenny From The Block" 을 좀 더 강하고 도전적인 톤으로 재해석해낸 느낌의 이 노래는 십 수년 동안 쇼 비즈니스에서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제니퍼 로페즈의 저력을 유감없이 펼쳐내고 있다.
[A.K.A.]라는 타이틀은 "Also Known As" 의 줄임말로 누군가를 다른 이름으로 지칭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제이로’라는 귀여운 이름 등으로 언론에서 다양하게 불렸던 그녀가 이제 스스로에게 새로운 자아를 선사하기 위해 붙인 타이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조력자들을 만나 앨범 전체가 탄탄한 프로덕션을 갖게 되었고, 제니퍼 로페즈 역시 스스로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여겨질 때까지 작업했다고 말할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든 작품이 바로 [A.K.A.]인 것이다. 이미 레코딩 아티스트로서의 첫 번째 챕터는 정리가 되었고, 그녀가 스스로 열고 나온 두 번째 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게 될지 제니퍼 로페즈의 앞으로 10년이 새삼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듯 하다. 글: 장민경(프리랜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