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 야만인 차승우, CHA CHA (챠챠) 첫 솔로작 [momo] 발매!
60년대 필 스펙터 / 브라이언 윌슨의 '월 오브 사운드'와 파워팝의 장쾌한 랑데뷰.
겹겹이 쌓이는 다양한 악기의 하모니가 거대한 소리의 벽을 이루는 순간, 아아 그것은 청춘의 여름밤!
대책 없는 레트로 바이브로 힙스터 지옥을 강행돌파!
다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벨 에포크(bell epoque),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불어다. 전화, 철도, 자동차, 비행기 등 현대 문명의 근간이 되는 수단들이 등장한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유럽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풍요와 낙관이 지배하던 그 시기는 당시의 서구인들에게 약속된 미래를 보장했다.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말이다. 전쟁의 참사가 끝난 후 사람들은 희망이 샘솟는 듯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벨 에포크가 일반적 문구에서 고유한 의미를 지닌 문구가 된 계기다.
어떤 음악들을 들으면 종종 이 문구가 떠오른다. 1960년대, 레코딩 기술의 발달로 음악가들은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소리를 음반에 담아낼 수 있게 됐다. 레코드 산업의 팽창으로 음반사는 제작비를 아끼지 않고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기술과 자본이 만나 만들어낸 음악은 아름다웠다. 풍요와 낭만, 낙관과 쾌락 같은 단어들은 꿈을 소리로 옮긴 양 당대 청춘들의 귀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넘치는 스트링의 선율과 메아리처럼 촉촉한 화성은 그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의 유미주의였다.
차승우가 홀로 섰다. 노 브레인, 문샤이너스, 모노톤즈를 거치는 동안 그의 곁엔 늘 밴드가 있었다. 페르소나 같은 보컬들이 있었으며 그의 기타를 뒷받침하는 리듬 파트와 함께 차승우는 20년 넘게 음악을 해왔다. 밴드맨으로서, 그가 걸어온 길은 미세한 결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늘 록의 벽돌 위에 깔려 있었다. 당대의 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라는 칭호가 늘 그를 따라다녔지만 그 칭호 앞에는 ‘록’이라는 명예로운 태그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momo’로 첫 홀로서기에 나서며, 그는 그 태그를 때어낸다. 밴드맨으로서, 록 뮤지션으로서 디뎌본 적 없는 땅에 발걸음을 내민다. 그 첫발은, 그리고 오랫동안 그가 만들어온 음악을 들어온 사람을 다시 놀라게 한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곳에 서 있던 이의 발놀림처럼 자유롭기 때문이다.
고정된 멤버 대신 이상혁(크라잉넛), 이종민(장기하와 얼굴들), 최철욱과 김정근(킹스턴 루디스카) 등 친구들과 처음으로 합을 맞춘 차승우는 힘을 뺀다. 그 자리를 소년의 꿈으로 채운다. 아니, 풍파를 겪으면서도 지켜내고 싶은 그 무엇을 힘을 덜어낸 자리에 얹는다. 우리는 그것을 로망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록 밴드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실현하기 힘들었던, 상상력을 이제서야 펼쳐놓는 것이다. 1960년대, 모든 것이 아름다울 것이라 굳게 믿었던 당시 음악가들의 방법론으로2010년대를 살아가는 한 음악가의 이야기는 방백처럼 흐른다. 문샤이너스에서의 치기어렸던 목소리 대신 그의 뒤를 풍성하게 감싸는 스트링과 호흡을 맞추는 담백한 결기의 노래와 함께.
이 담백한 결기가 향하는 곳은 결국 낙관이다. 미하엘엔데의 소설 <모모>에서 그려내는 꿈과 환상의 세계를 채우는 여정이다. 차승우가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소리들과 다부진 동화같은 전개로 버무려진, 새로운 프로젝트의 서막이다. 아름다운 시절은 지나갔기에 아름다운 법이지만, 여기 멈춰있지 않기에 그리운 법이기도 하다. 차승우가 제시하는 이 아름다운 시절의 음악은, 그러나 단순히 과거에 대한 회고가 아니다. 청년 문화로서의 대중음악은 늘 동시대 젊은이들의 꿈을 제시해왔다. 단지 그 형태와 언어가 변화해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한가지 사실, 세월이 지나가고 유행이 바뀌어도 나이테의 중심처럼 머물러 있을 소리가 있다. 올디스 벗 구디스, 디 올드이즈 더 뉴 등의 문장으로 표현되는 음악들 말이다. 이미 완성된 것처럼, 그리하여 소환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그 음악에 차승우는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momo’는 팝의 ‘벨 에포크’에 대해 차승우가 바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헌사이자 또 하나의 챕터로 나아가기 위한 출사표다. 모든 것은, 이제서야 시작일지도 모른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