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핀 (Huckleberry Finn) [뜨거운 불로 만들어진 검은 새는 그녀의 팔에서 태어났다]
허클베리핀은 10월 7일에 발매되는 두 곡의 싱글, '남해'와 '적도 검은새'를 통해 자신들만의 고유한 서정성을 보다 입체적이고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뜨겁게 이글거리던 '까만 타이거'의 세상은 이제 그 열기를 거두고 드넓은 환상의 세계로 확장되었다.
5집 [까만 타이거]를 발표하고 나서 허클베리핀의 공연장에서는 그 전까지 볼 수 없었던 풍경이 생겼다. 공연장의 온도는 더 뜨거워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출렁이기 시작했다. 4집에서 보여 준 거친 록 음악은 비트가 넘실대는 5집에서 어느덧 안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허클베리핀은 거기에 멈추지 않고 다시 한 번 변화를 모색했다. 강한 어조로 외치듯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드넓은 비현실의 세계와 환상을 보여주는 것이 그것이었다.
'남해'의 기타 도입부를 들으며 안도했다. '허클베리핀이 돌아왔구나'.
노래 제목 때문일까. 기타 소리와 그 뒤에 깔리는 전자음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이어 나오는 이소영의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 노래는 시종일관 침잠하듯 이어지지만 언제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긴장감 역시 계속해서 유지된다. 소리의 풍경, 그러니까 우리가 사운드스케이프라 부르는 이 풍경은 고요함 속에서 한없이 넓게 펼쳐진다. 그 풍경 안에 소리로 만들어낸 이미지들이 있다. 비트가 있는 '적도 검은새'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럼 비트가 곡을 이끌어가지만 역시 과거의 허클베리핀처럼 폭발하지는 않는다. 긴장감과 너른 공간감은 그대로 품은 채.
이기용은 기본적으로 음(陰)의 정서를 갖고 있는 음악가다. 이 음의 정서를 기본에 둔 채 허클베리핀의 역사에서 인상적인 지점들을 계속해서 만들어왔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지점을 만들려 한다. 변화가 있으되 너무나 자연스럽고 유려하다.
-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한 밴드가 그 나름의 고유한 정서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황홀한 음악. 허클베리핀이 세상에 내놓은 두 곡의 싱글 '남해'와 '적도 검은새'는, 바로 그 곳을 향해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