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법을 배우기도 전으로 돌아가자 황푸하 싱글 [없던 곳으로] 발매
2018년 10월 정규 2집 [자화상]으로 존재론적 질문을 던졌던 황푸하는 곧바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번에 발매되는 싱글 [없던 곳으로]는 존재론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생일”이라는 소재로 말하는 노래다. 실존에 대한 갈망은 비존재의 위협으로부터 일어나기도 하지만, 실존에 대한 절망은 우리들 스스로를 비존재로 걷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에서 [없던 곳으로]는 후자의 관점을 이야기한다. “생일”은 실존하는 우리를 향한 축포의 기호이기도 하지만, 절망 앞에 있는 사람에게 “생일”이란 한없이 서러운 저주다. ‘나는 왜 태어났나. 왜 태어나서 이 모진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이 말에는 서러운 인생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생일을 저주하는 안타까운 상황은 늘 우리를 슬픔의 끝으로 초대한다.
황푸하는 이번에도 정규 2집부터 호흡을 맞춘 베이시스트 정수민과 함께 연주한다. 비참하고 후회 가득한 노래 뒤에서 쓸쓸히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와 클래식 기타는 얄미울 만큼 아름답다. 어떻게 슬픔은 아름다움으로 연결되는가? 우리의 역사 속 슬픔 속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노래들과 시가 남았는가? 무엇이 우리를 계속해서 슬픔으로 머물게 하는가? 세상은 언제나 우리를 슬픔으로 몰아내고, 슬픔 속에서 아름다움은 피어난다. 묵묵히 무언가를 흔드는 콘트라베이스와 그 위에서 노래하는 클래식 기타의 아르페지오 연주는 슬픔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처럼 아름답다.
황푸하는 그 무엇도 “없던 곳으로” 돌아가자고 노래한다. 싸우는 법을 배우기도 전으로, 진실된 노래를 불러 보기 전으로 돌아가자고 노래한다. 그 어떤 환경에서 그 어떤 경험도 하지 않은 순진무구한 상태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마도 화자가 싸움과 폭력, 안식과 노동이 소외된 노동환경으로 가득한 세상에 지쳐서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노래는 생일을 맞이한 그 어떤 누구도 당당하게 실존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 되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