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둥' [조용한 폭력 속에서]
버둥은 2013년 부터 공연활동을 시작해 2018년 EP앨범 [조용한 폭력 속에서]로 데뷔한 포크 뮤지션이다. 한 소절 한 소절 힘을 실어 나직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메세지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래 고심하며 곡을 쓰고 불렀다.
“버둥은 ’여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마치 개인의 잘못인 양 여겨지는 사회의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바깥에 서서 조롱하는 포지션을 선택했다. 쉴 틈 없이 여성을 경멸하지만 손은 놓지 않는 사람들에게 ’얼마에 가지고 싶냐’ 질문하고 ‘나의 잘못이 아니었단 걸 깨닫기 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뒤늦게 자학에서 벗어난 여성들 옆에 선다. 여성이기에 여성문제는 버둥에게 피할 수 없는 담론이며, 데뷔 EP에 가장 힘주어 녹이고자 한 주제다. 4곡 모두 곡 당 하나의 악기만 사용하여 두 자아가 교감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목소리의 힘, 가사로서 전하고 싶은 바가 뚜렷한 만큼 심도있게 포크음악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바닥처럼 단단히 다져진 가사와 목소리, 균형 잡혀 꿈틀대는 리듬 위에서 ‘20대 여성’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려 출발한다.
골목길, 한 여성이 내 앞에 등장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 무언가를 털어내며 걸어오는 중이었다.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진 것은 어떤 관계들에 대한 물음표들 이었다. 스스로 붙였다기 보다는 자신이 걸어왔던 지난 풍경들에서 붙여진 것 같았다. 세상은 질문보다 답이 앞서있는 것 처럼 돌아가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은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더라고. 그리고 몇 해 동안 이 비슷한 동작을 되풀이 해 왔을 것이다.
나는 그녀가 여성의 화법을 찾아 이 길에 들어선 것이라 생각했다. 음악에서 알맹이만 남기고, 대부분 수식적인 것들은 취하지 않는 담대한 태도에서 보다 뚜렷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녀의 음악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거추장스러워 보일 것 들은 엄격하게 절제하여, 가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료하게 내비친다. 마치 아래에서부터 단단하게 다져진 나무의 기둥 같았다.
“버둥”은 자신의 가사 속으로 들어와 글에 담긴 소리의 기운을 감지하고 이를 감각적으로 표현 해 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녀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적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 틈만 나면 수정하고 기존의 작업들을 허물고 다시 살을 입혀 이렇게나 여성적 화법으로 앨범을 발표하려 한다. 이건 어쩌면 자기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였을 것이다. 지금 이 삶을 견뎌나고자 하는 의지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버둥”은 앞으로도 자신이 안다고 믿었던 것들에게 계속해서 물음표를 붙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꾸 우리에게 대화를 건넬 것이다. 이전보다 좀 더 자율적으로 행동하며. 보이지 않는 음악의 힘은 거기에서 숨 쉬고 있다고 보며, 왠지 그녀는 그 힘의 가치를 알아 볼 사람일 것 같기에 몇 자 적어본다.
- 음악인, 최고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