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명한 도시, 인천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초상 - 컴필레이션 [인천의 포크]
인천 사는 인천사람 Pa.je
서울 사는 인천사람 이권형
인천 사는 마산사람 박영환
[인천의 포크]는 인천에서 살아온, 또는 인천에 살고있는 세 아티스트가 모여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제목에 지명을 포함한 음반들에 대한 선입견과는 다르게 이 앨범에 수록된 음악들은 인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대신 사랑하고, 번민하고, 그리워하고, 헛것을 보다가, 이내 추억에 잠기는 세 청년들의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겨있을 뿐이다. 그러나 귀 밝은 이라면 이들의 음악으로부터 어떤 짠내, 그리고 번화가와 변두리를 끝임없이 오가지만 어디에서도 평화롭지 못한 마음의 불안 같은 것들을 이내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세 아티스트는 큰 틀에서의 포크 음악을 연주하고 있긴 하지만 실은 서로 다른 점이 더욱 많은 음악들을 연주하고 있다. 수줍은 한 청년의 내밀한 고백과도 같은 Pa.je의 바로 뒤를 잇는 건 전통적인 어법과 현대적인 어법이 묘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시공간을 왜곡시키는 이권형의 노래다. 여기에 박영환은 날카로운 칼로 생선의 살을 발라내는 듯 서늘한 스트로크와 비음 섞인 목소리로 사이키델릭함을 더한다. 언뜻 모순적인 배치 같이 들리는 이 노래들은, 그러나 역시 모순적이고 불분명한 도시 인천과 닮아있다. 그런 자연스러운 혼탁함이, 이 노래들을 영락없는 '인천의 포크'로 만든다. [인천의 포크]는 현재의 인천을 살아가는 아티스트들의 자화상과도 같은 앨범이다.
이권형은 수록한 세 곡에서 모두 파트너로서 싱어송라이터 예람과 함께 한다. 듀엣이라는 형식 속에, 이권형의 음악은 보다 아련해지고 한편으론 덧없어진다. 인천을 주무대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사진가 오석근이 사진과 디자인을 맡았다. 스스로가 '죽어가고 있는 풍경'이라 일컫는 인천의 원도심의 오래된 풍경과 갯벌의 이미지로, 오석근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은유를 그려낸다. 믹싱과 마스터링에는 밴드 줄리아드림의 박준형, 인천 주안의 엔지니어 서준호(a.k.a. 준스노우), 그리고 이미 훌륭한 작업으로 정평이 나있는 소노리티 마스터링 스튜디오의 이재수가 참여했다. 풍성하거나 기묘하게 들리는 사운드들은 아티스트와 더불어 엔지니어들이 각고의 노력을 들인 결과다. 싱글컷된 세 곡의 비디오를 비디오 크리에이터 YongE, 사진가이자 비디오그래퍼인 Swan Park, 만화가 황벼리가 각각 연출하거나 촬영했다. 각자의 정경으로, 아티스트들은 당신들을 초대한다. 이 앨범은 300장 한정의 TAPE로 제작된다.
Pa.je는 '공식적'인 마지막 곡인 'Re-interpret'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난 당신에게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나를 다시 해석해줘요." 앨범을 발표하는 이 시점에서, 공은 이제 청자에게로 넘어간다. 우리는 바란다. 당신의 해석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