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적 오리엔탈리즘을 깨부수다
2018년 가장 기대되는 여성 신예 듀오 '예설'
봄날 아츰도 아니고,
여름, 가을, 겨울 그런 날
아츰도 아닌 아츰에...
-윤동주 <태초의 아침> 中
중국과 일본이 동양 문화의 전형으로 대표되어 왔다면 '예설'은 지금까지의 관념적 오리엔탈리즘을 깨부수고 조금 더 높은 차원으로 뻗어 나아갈 2018년 가장 기대되는 여성 신예 듀오다.
'예'와 '설'을 주축으로 만들어내는 곱고 세련된 사운드는 오방색이 수놓아진 설빔을 입고 신이 난 아이의 모습을 간직한 어른이와 같다. '예설'의 정서가 돈독해진 것은 일제 강점기 당시에 쓰여진 윤동주 시인의 시를 가지고 입을 맞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산상’, ‘코스모스’, ‘산골물’ 그리고 ‘태초의 아침’...
'예설'이 걸어갈 길의 이정표가 되어준 윤동주 시인의 시 몇 편을 엮어 [시집]을 준비하고 있으며, 도약을 위한 첫 발걸음으로서 "가을, 이불"을 선공개 했다. 한파 경보가 발령되고 유난스런 추위에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이 겨울에, 어째서 그녀들은 ‘가을’을 외치는가.
지리멸렬한 시대, 옥중에서 계절감을 잃어가던 어느 때에 윤동주 시인은 ‘그 전날밤에 모든 것이 마련 되었네. 사랑은 뱀과 함께, 독은 어린 꽃과 함께…’ 이렇듯 자신의 ‘시’로써 조국의 해방과 광복을 열망했다.
지독한 여름과도 같던 일제 강점기, 그리고 그가 맞이하지 못한 광복이라는 해갈....
'예설'은 그가 끝끝내 껴안지 못한 ‘가을’이란 이불을 선물하려 한다. 그리고 매서운 겨울이 다가와 모두가 침잠한 이때, 변화의 바람으로 우리의 귀를 휘감으며 못 다 이룬 동주(童舟)의 꿈으로 홀연히 인도한다.
먹을 갈고 붓을 쥔 정성이 고스란히 스며든 한지 한 장, 바로 '예설'의 음악이다.
야단스럽지 않고 꾸준한 그들의 음악이 깊고 그윽해지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것이라고 감히 장담한다. '예설'의 사념이 녹아 있는 사려 깊은 연출, 이를 통해 그녀들은 비로소 대중과 함께 웃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