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STO, 3년 만의 새 싱글 Naive (Feat. TakeOne, Secret man) 공개
‘순수함은 때가 묻지 않은 상태다. 순진함은 미숙함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고, 무지함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잘 속고 어리석고 자기 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시인 김소연의 책 [마음사전]에서 몇 문장을 빌려와 본다. 이렇듯 순수함과 순진함의 뜻은 한 글자 차이로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두 단어가 동일시되어 보이는 때가 있다. 사랑의 순간들이 그렇다. 우리는 사랑을 시작할 때 상대방에게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보여준 뒤 이에 대응되는 무언가를 그에게 얻을 수 있길 고대한다. 물론, 목표했던 성과를 이루고 나면 다행이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이 사랑 또한 자기 마음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게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져 왜 순수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냐고 누군가를 탓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순진했음을 깨달을 때가 온다. 그리고 순진함을 순수함이라 생각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자신의 순진함을 알아차리는 순간을 겪는다.
그로스토(GROSTO)의 새 싱글 “Naive”는 이러한 각성의 찰나를 위한 찬가다. 그로스토는 덤덤한 척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어느 순간에 무너져 내려 버리는 그 시간을 음악에 잘 담아냈다. 그로스토의 로키비츠(Loky Beatz)가 주조한 모던 훵크(Modern Funk) 풍의 비트는 공허하고 쓸쓸한 밤거리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무디한 비트 속에서 두 명의 래퍼, 스무스잼(Smoothjam)과 테이크원(TakeOne)은 차올랐던 자신들의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덤덤하고도 차분하게 랩을 이어 나간다. 이들의 랩은 들을수록 마치 이별의 후 폭풍을 겪은 이들이 이젠 정말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상반된 분위기의 랩과 비트는 청자의 감정을 번져 버리게끔 만든다. 더 나아가 이들은 끝내 자신의 순진함을 토로하는 순간을 훅에 표현했다. 이때는 시크릿맨(Secret man)의 보컬과 프롬올투휴먼(from all to human)의 박재우가 맡은 기타 연주가 휘몰아치듯 어우러져 감정의 소용돌이를 사운드적으로 연출한다. 이렇듯이 그로스토는 애써 지키는 평정심의 팽팽한 긴장감을 “Naive”에서 아스라이 그려나간다.
다시 돌아가 보면 김소연이 이야기했듯이, 순진함 자체는 별로 좋은 의미가 아니다. 그래서 순진한 사랑이란 말도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Pure Love’가 아니라 ‘Stupid Love’ 혹은 ‘Naive Love’로 번역해야 올바른 말일 거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순진함이 사랑이란 인간의 감정 앞에 붙어 있기 때문에 같은 말로 번역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은 본디 이성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하여 앞으로도 많은 이들은 순수, 아니 순진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실패의 후 폭풍을 겪고 이를 순수해서 그랬던 거라 애써 이겨낸 척 변명 할 거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교훈을 얻을 만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이 깨달은 것처럼만 흘러가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감정에 빠진 이들에게 이건 아니라며 뜯어말리고, 바보 같은 짓이라며 충고해 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순진함을 다시 깨닫고 자신을 탓하게 될 때, 이 노래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가져본다. 그로스토가 겪었듯, 우리가 모두 겪었고 겪게 될 일이니 말이다. - Geda (힙합엘이 에디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