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사랑과 증오가 충돌할 때
두근두근. 전도유망한 젊은 뮤지션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두근거린다. 가능성 있는 신인을 발견하고,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기대만큼의 성장을 이룬 모습을 발견하면 괜히 행복해지기도 한다. 마치 나 자신이 타인에게 인정받은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있어 '위 헤이트 제이에이치(we hate jh)'는 그런 밴드다. 국내에 흔치 않은 재능을 발견했을 때 두근거렸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팬으로서 조용히 지켜봤으며, 지금은 기대 이상의 음악을 만들어내면서 활발히 활동을 해나가는 것에 무한한 기쁨을 느끼고 있다. 'we hate jh'. 밴드명에는 증오(hate)를 담고 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절절한 애정(love)의 대상, 그게 바로 그들의 본모습이다.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어떤 분야에서건 마찬가지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능에 더해지는 '플러스 알파'가 꼭 필요하다. 그것은 순수한 노력 그 자체일 수도 있고, 재능에 재능을 계속 더해가는 현명함일 수도 있다. 'we hate jh'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밴드다. 제자리에 정체되어있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그 시도를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렇기에 결과물 또한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발표한 EP [divert]에서는 본인들의 음악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균형 감각'도 확보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밴드의 형태, 그런 모습이 [온스테이지] 무대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we hate jh'는 처음엔 '박주현'의 어쿠스틱 솔로 프로젝트이었지만, 현재는 재능 있는 멤버들과 밴드를 꾸려 솔로 시절의 뿌리 위에 밴드의 강점을 더 해가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만들어졌던 사운드는 일렉트릭 악기들의 결합으로 보다 풍성해졌고, 원래부터 뛰어난 멜로디 감각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장르적인 특성도 마찬가지다. 서정적인 멜로디를 중시하는 Emo(이모) 계열의 근간을 유지한 채, 그 위에 팝 메커니즘을 더해서 대중적인 접근성도 좋아졌다. 특히 가장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은 구성적인 측면인데, 칼로 도려낸 듯한 깔끔한 편곡과 다양한 방식으로 몇 겹으로 쌓은 구조는 이들을 대표하는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부분은, 그런 구성 속에서도 젊은 밴드 특유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순수함은 카메라 앞에서도 나타난다. 아직 카메라 앞이 어색해 보이는 멤버들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단단한 기타 스트로크가 기타 줄을 가르는 순간, 밴드는 본연의 매력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we hate jh'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한 "아스팔트"는 질주하는 드러밍과 3대의 기타가 보여주는 앙상블이 강력하다. 자신을 옭아매는 것들에 대한 저항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이어지는 "뒤집힌 달"은 급격하게 변주되는 곡 구성을 가진 곡으로, 박자의 변주를 이끄는 드럼과 다양한 주법의 기타 플레이를 통해 "뒤집힌 달"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킨다. 단순한 연주를 중심으로 했던 초창기의 모습을 벗어나, 성장한 연주력을 통해 곡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재기발랄한 베이스 플레이가 이끌어가는 감성적인 멜로디의 "시네마 (Feat. 송희란)"는 이번에 연주한 곡들 중에서 가장 팝적인 곡으로, 객원싱어로 '송희란'이 참여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인상적인 포인트는 '박주현'의 안정된 보컬인데, 이젠 그야말로 한 명의 록 보컬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싶다.
'증오(hate)'와 '애정(love)'은 한 끗 차이다. 관심이 없으면 증오도 애정도 없다. 그래서 '애증'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we hate jh'의 음악도 그렇다. 그들의 가사 속에는 자기환멸적인 증오가 많이 담겨있지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삶을 향한 애정을 다시금 돌이키게 만든다. 증오와 애정의 충돌, 증오가 애정으로 승화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we hate jh'가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의 이름과는 정반대로 이들의 음악을 사랑한다. we love jh.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