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서클 (SB Circle) [Topology]
재즈와 국악을 횡단하는 슈퍼밴드의 탄생
신박서클(SB Circle)은 색소포니스트 신현필과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를 중심으로 베이시스트 서영도, 드러머 크리스티안 모란(Christian Moran)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다. 국악, 재즈, 영화음악 등 장르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 활동을 자랑하던 베테랑 연주자들이 결성한 밴드로 그에 걸맞은 탁월한 연주를 들려준다. 동아시아적 정서를 바탕으로 보편적이면서 개성적인 음악을 추구한다.
신박서클(SB Circle)의 첫번째 음반 토폴로지[Topology]
토폴로지는 ‘위상수학’이라고 불리는 현대수학의 한 분야를 말한다. 같은 형태의 사물, 또는 공간이 가진 공통된 성질을 ‘위상적 불변성(topological invariant)’이라고 할 때 이를 공유하는 도형들을 구부리고, 늘이고, 줄여서 만들 수 있는 모든 형태를 ‘동형’이라고 본다. 원과 삼각형, 사각형 혹은 그 어떤 도형이라도 하나의 선으로 이어 그릴 수 있다면 위상수학의 세계에서 모두 합동이다. 신박서클을 이루는 네 명의 연주자들은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지고 다른 악기를 연주하지만 이들이 내는 소리는 무한히 이어지고 구부러지며 하나의 음악을 이룬다. 네 명의 연주자들이 가진 개성은 이러한 변형을 통해 전혀 다른 형태의 11곡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모든 곡은 신박서클이라는 이름 아래 조화로운 ‘동형’을 이룬다.
1. Rain, Grey
박경소 작곡
습기와 먼지가 많은 회색의 날씨를 상상하며 만든 곡이다. 유쾌하지 않은 조건에서도 우리는 노력과 정성을 쏟으며 일상을 지속한다. 그래서 그 안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우리의 음악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 Eastern Song
신현필 작곡
보편적이지 않은 스케일, 복잡한 리듬 구성을 통해 국악기가 함께할 때 흔히 기대되는 '동양적인 전형성'에서 탈피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동양의 노래(Eastern Song)’는 그러한 기대에 대한 역설적인 제목이다.
3. 다시 끝
박경소 작곡
삶에서 모든 것에 회의가 느껴지는 순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받아들일 때 다시 새로운 시작이 찾아오는 반복과 순환에 대한 곡이다. 곡 중간에 변화하는 리듬과 심벌 플레이가 씻김굿의 느낌으로 전해지기를 바랐다.
4. Twilight
신현필 작곡
색소폰 연주자 신현필이 아이슬란드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스 중에 만든 곡이다. 아이슬란드에서 바라 본 황혼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 경험을 음악으로 남기고 싶었다. 음악이 어떤 색감으로 전달되길 원했고 그렇기에 하모니와 뉘앙스에 많은 공을 들였다. 베이스와 가야금의 호흡도 매우 절묘하다.
5. Arnarstapi
신현필 작곡
각 연주자들의 즉흥 연주를 녹음한 뒤 콜라주 기법으로 자르고 붙여 만든 트랙이다. '내가 다른 연주자라면 어떤 플레이를 했을까’라는 상상을 바탕으로 곡을 구성했다. 아나스타피(Arnarstapi)는 아이슬란드 서부 해안의 지명이다. 아이슬란드 레지던스 당시 신현필이 텐트에서 녹음한 빗소리를 앰비언스 사운드로 활용했다.
6. 갈림길
서영도 작곡
색소폰, 가야금, 베이스, 드럼이 낼 수 있는 조화로운 소리를 상상하면서 만든 곡이다. 하나의 코드 진행 속에서 보편적인 음계로 구성된 반복적인 멜로디를 연주한다. 민속음악에서 반복이 주는 원초적 에너지에 착안해 한번만 들어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수 있는 멜로디를 전달하고 싶었다.
7. 경부고속도로
박경소 작곡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쉬러갈 때의 정서를 담았다.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가 실제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귀가하던 중에 떠오른 리프로 시작한다. 가야금과 색소폰의 듀엣 곡으로 개성 있는 두 악기의 대화가 아름답고 편안하게 들린다.
8. Beauty Is Just Around Us
신현필 작곡
삶에서 마주하는 작은 즐거움에 대한 곡이다. 때로는 거창한 아름다움보다 소소한 즐거움이 더 큰 행복을 준다. 밴드가 만들어지고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그러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했다.
9. 바라는 마음
서영도 작곡
전반부의 무거운 곡들을 보완할만한 편안한 템포와 멜로디의 곡을 만들고자 했다. 베이스가 코드 연주를 담당했고 가야금이 오블리가토 멜로디를 담당했다. 우리 모두의 일이 편안하게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10. Emergence
Christian Moran 작곡
남인도의 전통악기 칸지라(Kanjira)의 연주법으로 시작하여 서로 다른 악기의 리듬과 멜로디가 쌓이고 부서지고 다시 만나며 확장된다. 인도 힌두스타니 음악의 멜로디에서 영감을 받았다.
11. Hello
박경소 작곡
세상에서 만나는 반가운 모든 것들에게 전하는 인사 같은 곡이다.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가 신박서클의 멤버들을 만나 반가웠던 마음을 담아 처음으로 만든 곡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