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신념을 지킬 증명의 힘을 원해
'몬스터'라고 부른다. "(이야기 속의) 괴물"을 뜻하는 그 몬스터다. '폭격기'라고도 부른다. "폭탄을 싣고 가서, 적의 시설이나 진지를 폭격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대형 항공기"를 말한다. 몬스터와 폭격기, 둘은 래퍼 '화나(FANA)'의 별명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 옆에는 라임몬스터, 또는 라임폭격기라는 별명이 붙어 다닌다. 말하자면 그는 라임이라는 폭탄을 싣고서 청자의 귀에 '때려 박는' 강력한 래퍼다. 경력의 시작과 함께 라임(rhyme)이라는 것은 화나의 가장 강렬한 무기가 됐다.
라임. '운(韻)'을 뜻하는 이 형식은 '화나'의 시작부터 그를 수식하는 하나의 열쇳말이 됐다. 때로는 그를 호위하는 가장 강렬한 무기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그를 옥죄는 사슬처럼 보이기도 했다. 데뷔와 함께 '화나'란 이름을 각인시켜준 데는 말 그대로 폭탄처럼 쏟아지는 라임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쉼 없이 터져 나오는 라이밍은 메시지 전달을 방해했고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데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얼마 전 발표한 세 번째 앨범 [FANACONDA]에서 그는 자신만의 강렬한 무기를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결 여유롭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터득한 듯했다. 간단하게 '발전'이라 쓸 수 있겠지만, 이를 위해서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을지가 눈앞에 자연스레 그려진다. 힙합의 경계를 넘나드는 김박첼라가 전담한 비트와 현재의 한국 힙합 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나'의 랩 퍼포먼스는 [FANACONDA]를 올해 주목해야 할 힙합 앨범 목록에 올려놓았다.
그의 라이브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온스테이지의 주인공으로 그를 추천할 때도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화나'의 랩만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으면 충분할 거라 말했다. 예상처럼 영상 안에서 '화나'의 랩은 거침이 없다. 괴물처럼 폭격하듯 라임을 쏟아낸다. 하지만 랩 말고도 볼거리, 들을 거리가 또 있다. '화나'는 온스테이지 영상을 위해 라이브 풀 밴드를 꾸렸다. 웬만한 밴드 음악보다 더한 대편성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원곡의 비트와는 다른 밴드 연주를, [FANACONDA] 앨범으로만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던 해금이나 태평소 소리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대편성의 밴드 사이에서 날카롭게 들리는 화나의 랩이 있다. 첫 곡 "POWER"에서 '화나'의 랩은 또렷하게 들린다. 힙합 씬의 선배로서 올바른 길을 걷고자 하는 마음을 토로하는 '화나'의 가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고민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진실은 저 너머' 도입부에선 잔뜩 깐 목소리로 괴물의 이미지를 연출해내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내려 한다. 3곡 모두 '랩 퍼포먼스'란 말이 아깝지 않은 다양한 톤과 목소리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FANACONDA]는 잔뜩 왜곡돼있고 기형적으로 변해있는 한국 힙합 씬을 향해 그가 써 내려간 이야기이다. 그 왜곡된 틈바구니에서 "신념을 지킬 증명의 힘을" 원한다는 'POWER' 한 곡만으로, 그의 랩을 듣는 것만으로 언더그라운드가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