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성'의 싱글앨범, [순한글] 발매
순한글 이름을 가진 아이와 만난 일이 있습니다. 아이는 자기가 저의 뮤즈라고 생각했습니다. 감히 비교하자면 워홀에게 세즈윅이, 갱스부르에게 버킨이 그랬던 것 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만날 때는 아무 노래도 쓰지 못했습니다. 위태로웠던 관계의 불씨를 지켜내느라 다른 곳에 마음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새 노래를 쓴 것은 관계가 종결을 고하고 1년 쯤 지나서였습니다. 그때 쓴 곡이 "난 이해할 수 없었네"입니다. 그 무렵. 아이와의 기괴했던 관계를 하나의 사물처럼 저와 떨어뜨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빛나지 않습니다. 고사하는 풀같은 모습으로 제 주변을 흘러가는 빛만 가끔 반사할 뿐입니다. 예전에 뱉은 악담과 저주탓인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제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또 그렇게 미안하지도 않습니다. 저 역시 흠 많은 인조보석처럼 산란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안성가는 버스에서 가사를 쓰고, 여느때 처럼 집에서 혼자 작업했습니다. 시끄러움을 참아준 동거인과 동거묘 치타에게 작은 감사를 표합니다. -천용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