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큼이나 독특하고 거창한 밴드 해마군단
정신없는 그들의 새 싱글 [Universe]
지금 나는 무척이나 더운 집에 갇혀있다. 이렇게 더운 여름이 얼마 만인지….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 싶고 뭔가가 잘못된 기분마저 드는 데다가 에어컨을 틀라고 우리 집 고양이는 나를 노려본다. 이런 상황에(결국 에어컨을 틀었다는) ‘Universe’를 듣자니 도입부부터 튜바 소리다. 이어서 악기들이 쏟아지고 질주하고 또 질주하고… 그리고 끝까지 들어버렸다. 아직 집이 덥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해마군단의 새 싱글 [Universe]는 전작인 EP와는 많이 다르다. 전작이 클럽 라이브 공연을 앨범으로 옮겨 놓은 것이라면 이번 싱글은 스튜디오 작업물의 그것이다. 상상하고 상상한 소리들을 겹겹이 레이어드하고 세심하게 직조한 그것. 그러면서도 한없이 거칠고 아름답고 무모하다. 웅장하지만 뒤틀린 튜바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이기팝(Iggy Pop) 같은 원초적인 로큰롤 비트, 드롭튠된 일렉기타의 리프, 신스팝을 사랑하는 게 분명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사운드, 그리고 보컬…. 이 소리들 위에 군림하는 생경한 보컬 톤과 멜로디, 여기에 해마군단 특유의 가사들까지 더해지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혼돈스럽지만 조화롭고 뒤틀렸지만 아름다운 우주(universe). 그리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그 우주에 대한 ‘사랑’이다. 재밌는 건 그들의 우주가 먼 은하나 별이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인 대상들의 조합이란 것이다. 스승, 연인, 아버지, 친구, 증오, 어리석음, 낭만, 아침, 계절, 정든 도시 등등 나와 그 밖의 모든 것들.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함께 숨 쉬고 나아가 자기 자신과 완전히 동일시하게 되는 것. 바로 사랑이다.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건 놀이동산이나 맛집, 백화점 같은 곳을 향해가는 기분일까? 해마군단은 그런 곳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고 그 여정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함께한다면 재밌는 일들이 생길 것만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