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서식하는 해마군단의 3rd Single [저마다의]
이번이 3번째 싱글이네요.
이 곡을 쓴지는 좀 되었는데 사실 한 달 반 전만 해도 이 곡으로 발매하게 될진 저도 몰랐습니다.
좀 더 사실적으로 얘기하자면, 두 달 전엔 이런 곡이 있는 줄도 까먹고 있었습니다.
곡들이 노트 속에, 컴퓨터 속에 핸드폰이나 어느 메모리들 속에서 잠을 자다가 역습해 옵니다.
오랜만에 만나니 곡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만들 때 기분 같은 것도 떠올라서 재밌습니다.
집에서 혼자 이 곡을 연주해 보다가 코드도 틀리고 구성도 안 맞고,
자기가 쓴 곡을 자기가 까먹는 게 얼마나 재밌고 웃긴 일인지 잘 모르시죠?
그렇습니다...
이 곡을 작업할 때 ‘그래, 최대한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스코 스타일에 합창도 넣고 dub 레게와 캐럴도 넣자고,
그래서 뒤죽박죽 한 곡이 되었습니다.
생각한 대로 되는 세계가 하나쯤 있다니 좋군요
포아로가 얘기했었던 ‘사람들은 사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 (였습니까? 애거사 크리스티 팬 분?)
같은 말들이 떠오릅니다.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리 그 누구의 말처럼도 살지 않으리’라고 가사를 썼었는데
정말 그렇게 무책임하게 살고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벌레들처럼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많은 이들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이 시간의 강을 따라 잘 흘러가고 있습니다
문득 크게 나쁘거나 좋은 일이 없었던 건 운이 좋아서구나 싶기도 합니다.
여태 없었으니 앞으로 그런 일들이 생기기도 하겠구나 싶은데 네... 임플란트 생각이 드네요.
어금니 크라운 한 데서 염증이 재발했습니다. 재신경치료가 며칠 전에 끝났는데 오늘 심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되면 바로 임플란트라네요. 아직 젊은데 말이죠.
집 부엌 쪽 바닥에 물이 새고 있습니다. 누수 공사(아...)를 하게 될 거 같습니다.
같이 사는 쓰름(고양이)이가 10살이 넘더니 잔병이 많아집니다. (이번 싱글 디자인에 전격 등장합니다.)
어제는 한 스님이 집에 찾아와서 로또보다 더 큰 복이 있다고. (그게 뭡니까! 확답을 주셔야죠!!)
와... 곡 소개 글을 이딴 식으로 적다니... 이래도 되는 건지...
저도 곡 소개 글 잘 안 읽으니까 괜찮을 것도 같고 지금 이 줄까지 읽었다면 제가 사과드려야 될 거 같은데.
일단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당신은 평소에 디테일을 아는 분입니다. 그런 곳에서만 서식하는 의미들을
이해하는 분입니다. 지금 이 글에 그런 게 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설마...
‘저마다의’는 그런 곡입니다. (네? 갑자기 무슨 말이죠?) 의미를 잡으려고 하면 이미 그곳에 없는 양자역학 같은
곡입니다. 이 곡이 저마다의 생 속에서 잠시 지나가는 재미가 되어준다면 무척이나 기쁠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