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램 EP [우리의 밤]
“깊은 슬픔이 나를 데려가려 할 때,
네가 알려준 춤들을 따라했지.”
— ‘수어’ 가사 중
심해의 블루와 창공의 푸름을 넘나드는 음악. 발표하는 곡마다 듣는이에게 짙은 위로의 손길을 건네왔던 블루램이 그들의 첫 EP 신보 [우리의 밤]을 발매했다. 앨범엔 선공개 곡이었던 ‘our’를 비롯하여 총 다섯 곡이 수록됐다.
블루램의 첫 목소리를 되짚어보자. 보컬 호선과 사운드 엔지니어 재영의 가내수공업으로 탄생한 곡 ‘늑대’가 네이버 뮤지션리그 페이지에 공개됐을 때, 노래를 듣는이들은 블루램이 ‘양’이라는 것을 순간 잊었다. 동화에서도 현실에서도 늑대는 양을 해치는 존재이지 않은가? ‘어떻게 양이 늑대의 고독을 노래할 수 있어?’라는 자연스러운 물음에 보컬 호선은 쓸쓸한 하울링으로 대답했었다.
‘늑대’ 이후 블루램은 크게 두 방향으로 음악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Blind Side’와 ‘밤, 별’은 혼자인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음악이었다. 보컬 호선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이불 속에서 혼자 듣기 좋은 음악’들이다. 또한 ‘너’에 대한 곡들이다.
또 다른 줄기는 ‘늑대’, ‘Blue’ 같은 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엔 위로보다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양인 자신들이 왜 늑대의 울음소리를 내야 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이름이 왜 ‘푸른’ 양이어야 하는지, 밴드는 위의 두 곡을 빌려 설명했다. 말하자면 ‘나’에 대한 곡들이다.
다섯 곡을 꾸려 발표한 EP [우리의 밤]에서 블루램은 ‘우리’를 노래했다. 단조의 클린 기타와 보컬로 구성된 첫 트랙 ‘하루살이’가 잔잔하게 흐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곡에는 밴드 특유의 우울한 감성이 짙게 녹아있다. 태어남과 동시에 사라져가는 존재인 ‘하루살이’를 노래하며, 블루램이 외롭고 쓸쓸한 한 인물을 제시하는 듯하다. 이어지는 트랙인 ‘수어’는 ‘하루살이’의 연주 패턴을 그대로 받아, 장조로 끌어올리며 시작된다. 보컬 호선의 우울한 목소리가 이 곡에서만큼은 밝게 느껴지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곡 후반부의 코러스도 깊은 슬픔에 빠진 ‘너’에게 ‘나’는 함께라면 모두 괜찮아질 것이란 위로를 건넨다. 타이틀 곡인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밤’은 ‘잔잔한 도입부 이후 서서히 절정으로 전개’됐던 그동안의 다른 곡들과는 달리 시작부터 당당하다. 이 곡에 이르러서 비로소 ‘우리’가 된 너와 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할 수 있게 된다. 온전히 서로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 이해한다’며 가식적인 위로를 건네는 세상에 그들은 외친다. 우리의 밤이 이대로 이어지게 내버려 두라고.
밴드 블루램의 공식 페이지엔 ‘당신과 나의 푸름’이라는 소개 문구가 있다. 여기서 엿볼 수 있듯 블루램은 ‘혼자의 음악보다는 함께의 음악’을 지향하는 팀이다. [밤, 별]의 홀로 귀가하는 쓸쓸한 발걸음이 EP 앨범 [우리의 밤] 마지막 트랙에 가선 함께 추는 춤으로 번졌다. 첫 EP 발매라는 큰 걸음을 내딛은 밴드 블루램.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앞으로도 그들이 어떤 범상치 않은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된다.
- Credit, Thanks to..
Producer – Blue lamb
Composed, Lyrics – 김호선
Guitar – 김호선
Bass – 정환규
Drums – 김민규
Recording & Mixing Engineer – 한재영 (except ‘track 4’ Recorded by 한재영, 최한빈)
Mastering Engineer – 강승희 at Sonic Korea
Photography – 노현래 at 스튜디오 신록
Album Design – 이아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