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온스테이지 274번째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ONSTAGE. 웃픈 삶의 노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은 웃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따라한 걸로 의심되지만 본인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3원소인 '불나방', '별', '쏘세지'를 조합한 거라고 주장하는 밴드 이름부터, 가짜 콧수염을 붙이고 엄숙한 표정을 짓는 얼굴, 여자에게 인기를 얻고자 기타를 팔고 R&B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알앤비'로 대표되는 익살스러운 노랫말까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은 유쾌함 그 자체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면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군중 속의 고독, 세상과의 타협, 무한경쟁 따위를 비꼬는 어둡고 슬픈 풍자가 있다. 웃기면서도 슬픈 우리네 삶의 노래, 그게 바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본질인 것이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돌아왔다. 2010년 그들은 [석연치 않은 결말]이라는, 실로 석연치 않은 제목의 EP를 남기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결성 5년 만이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이들의 인기는 오히려 치솟았다. 1집 [고질적 신파]의 타이틀곡 "석봉아"가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서 불려지면서 뒤늦게 대중적 히트를 했고, 은퇴 직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부른 '알앤비'의 영상은 뒤늦게 레전드가 됐다. 이런 상황의 영향인지 2013년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은 은근슬쩍 컴백했다. 이 모든 것이 리더 '조까를로스'의 시나리오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건 '조까를로스'만이 알 일이다.
컴백은 했지만, 신곡은 가뭄에 콩 나듯 나왔다. 2013년 녹색 감성의 에코 힐링 밴드 '불쏘클 더 그레이스'를 표방하며 발표한 디지털 싱글 [캠퍼스 포크송 대백과 사전], 2014년 붕가붕가레코드 컴필레이션 앨범 [믿거나 말거나] 수록곡 "다 가질 걸 그랬어", 2015년 초 인디 20주년 기념 앨범 수록곡 "고독사"까지 매년 한 곡씩 찔끔찔끔 내더니, 마침내 2015년 10월 무려 두 곡이나 담은 디지털 싱글 [뻘밭에서]를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온스테이지 무대에 오르고야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첫 곡 "처음 보는 여자"는 디지털 싱글 [뻘밭에서] 수록곡이다. 라틴 음악 뿌리에 펑크(Funk), 뽕짝, 판소리 등을 두루 섞은 뒤 신파와 야매의 기운을 곁들인 이른바 '얼터너티브 라틴 음악'을 표방했던 이들은 이제 포크를 거쳐 블루스로까지 외연을 넓힌다. 객원 멤버로 참여한 '홍기'(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기타리스트)의 블루지한 기타와 도입부에서 상황극까지 펼치는 '조까를로스'의 능청스러우면서도 구슬픈 보컬이 듣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밴드 저 뒤에 앉은 '처음 보는 여자'의 당황스러운 몸짓(2분50초께 나온다)도 깨알 재미를 준다.
두 번째 곡은 [뻘밭에서]의 동명 타이틀곡이다. 뻘밭에서 뒤엉켜 싸우면서 한때 좋았었던 감정마저 더럽혀진 우리들, 우릴 여기까지 몰아넣은 구경꾼들의 새 신발에도 흙탕물을 튀겨보자고 노래하는 이 곡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펑크(Funk)이지만, 흥겨운 선율에 담긴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새삼 곱씹게 한다. 쓸쓸한 흑백 영상으로 담은 마지막 곡 "고독사"는 병기한 한자를 잘 봐야 한다. 고독한 죽음(孤獨死)이 아니라 고독의 말(孤獨詞)이다. "나는 당신을 모르고/ 당신은 나를 알 리 없잖아/ 근데 언제 봤다고/ 내 앞가림까지 궁금한 거야/ 나의 안부를 묻지 마오"라고 이들은 노래한다. 그렇다. 이들의 정체, 이들의 앞날을 굳이 궁금해할 필요 없다. 그저 듣고 웃고 눈물 짓고 털어버리고 하면 된다. 그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사용설명서이자, 우리네 삶 바로 그 자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