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월간 윤종신] 1월호 ‘Spare’ (Feat. 염따)
2020 [월간 윤종신] 1월호 ‘Spare’는 ‘이방인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정처 없이’ ‘갈 수 있을 만큼만’ 떠돌고 있는 윤종신의 ‘이방인 단상’을 담았으며, 미국 텍사스에서 작업했다. 윤종신은 넷플릭스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한 장면에서 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즌 2의 4화 중 히치하이커 ’보니’를 태운 ’제임스’의 차가 얼마 못 가서 퍼지는 장면. 스페어가 있느냐는 ‘보니’의 질문(“Do you have a spare?”)에 ‘제임스’는 그게 바로 스페어였다고 대답(“That is the spare.”)한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장면, 별 의미 없는 대사였을 수도 있겠지만, 윤종신은 그 장면 그 대사가 그렇게 뼈저리게 와 닿을 수 없었다. 그것이 그들 인생에 대한, 아니, 우리 인생에 대한 정확한 비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스페어를 하나씩 갖고 태어나는 걸지도 모른다는, 그 스페어를 언제 어떻게 갈아 끼우느냐에 따라 삶의 양상이 달라지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사를 쓰는 내내 했다.
“문득 나는 내게 주어진 스페어를 이제 막 갈아 끼운 게 아닐까. ‘이방인 프로젝트’가 바로 그렇게 갈아 끼운 타이어로 달려야 하는 새로운 길이 아닐까, 이제 내겐 남은 타이어는 없으니 나는 이대로 쭉 달려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마다 스페어를 교체하는 시기가 다를텐데, 저는 그걸 50이 되어서 한 거죠. 물론 스페어니까 조심하면서 아끼면서 달리고 싶지는 않아요. 타이어가 깨끗하고 말끔하다면 그건 내가 충분히 달리지 않았거나 너무 고운 길로만 다녔다는 뜻일 테니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달리고 싶어요. 만약 눈 감을 때 타이어가 너무 새 것 같으면 아깝고 억울할 것 같거든요. 처음 갖고 태어난 타이어는 잘 소진한 것 같고, 이제 스페어도 잘 소진해보려고요. (웃음)”
윤종신은 ‘이방인 프로젝트’의 첫 기착지로 텍사스를 선택했다. 사막에서 질주하는 장면을 ‘Spare’의 뮤직비디오에 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에서 오로지 달리는 것만 집중하는 느낌이 필요했다. 곡은 [월간 윤종신]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 [탈곡기] ‘에드 시런’ 편을 위해 작업해둔 곡을 다시 꺼냈는데, 처음에는 텍사스 분위기에 맞춰 컨트리 장르로 풀어보려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EDM 장르로 완성되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곡인 만큼 뻔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원했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때쯤 ‘염따’에게 랩을 부탁했다.
“최근에 염따의 팬이 되었거든요. 염따의 캐릭터가 너무 압도적이라서 인스타를 팔로잉하고 있기도 하고요. 염따와 뮤지션 대 뮤지션으로 통화한 뒤 정확히 8시간 뒤에 작업이 끝났어요. 여태까지 작업해본 뮤지션 중에 제일 쿨했던 것 같아요. 재고 따지는 게 없는, 흔히들 말하는 ‘백스윙’이 없는 친구였달까요. 염따가 쓴 가사에서도 그게 잘 드러나는데, ‘염따는 그냥 염따지 뭐’ 라는 마인드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고 느낌대로 살아가는 건 아무나 할 수 없죠. 염따한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감동했습니다.”
[1월호 이야기]
“스페어로 교체 하니 차가 그만큼 가벼워졌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