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 Debut EP [지도에 없는 땅]
'인생'이란 작고 거대한 여행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예상치 못한 장소까지 도착한 스스로와 여러 인연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이상하게, 조금 더 아름답게 풀어내고 싶었던, '세계몰락감' 및 '유레루나'로 오랜 시간 밴드 활동을 이어온 싱어송라이터 유유(eueu)의 첫 번째 솔로 EP [지도에 없는 땅]
유유는 2015년 홍대에서 첫 솔로 공연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2018년까지 밴드 '유레루나'로 활동을 이어왔으며, 그 이후 2019년, 지난 1년여 동안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자신만의 작업을 계속 진행해왔다. '유유'라는 아티스트명은 한자로 있을 '유'를 두 번 사용하여 '존재하기에 존재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그 이름과 어울리게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세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밴드 활동들을 거쳐 처음으로 발매하는 이번 솔로 EP에는 총 7곡이 수록되며 앨범 타이틀인 '지도에 없는 땅 (The Land Marked Nowhere)'은 '인생'이란 작고 거대한 여행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예상 못 한 장소까지 도착한 유유 그 자신과 주변의 인연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이상하게, 아름답게 풀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 음반이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곡이 많지만 일렉 기타와 다양한 미디 사운드 등을 활용하여 기존에 해온 작업과 다른 여러 가지 시도를 다채롭게 섞어내었으며, 타이틀곡인 '늪'은 어쿠스틱 사운드와 일렉트로니카적인 사운드를 혼합하여 보다 더 역동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꽃무덤'에는 실제로 곡의 모티브가 된 산소에 가서 현장에서 따 온 엠비언스 사운드를, 뉴질랜드 여행에 관해 이야기하는 '베레나'에는 첼로를, 세상의 끝의 연인을 그려낸 '네모난 지구'에는 비올라 소리를, 함께 담아내어 곡의 주제를 더 살려내었으며, '따스한 겨울'에는 유유가 소속된 아트 모임 'Feed My Frankenstein' 멤버들의 목소리를 후반부 코러스에 함께 담아 노래와 주제를 더 긴밀하게 연결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가 최초로 음악을 사랑하게 만들어줬던 첫 가수 god와 그들 덕분에 이어진 하늘색 친구들과의 소중한 기억들을 생각하며 쓰게 된 '숨'을 마지막으로 앨범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오랜 시간을 거쳐 처음으로 솔로 작업 결과물을 발표한 유유의 이번 앨범을 들으며 '여기와는 다른 어떤 낯선 곳'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바라며, 그의 앞으로의 행보 역시 기대해주길 바란다.
1. 지도에 없는 땅
스물다섯의 나이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5년 후의 스스로를 그려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상상했던 자신의 모습과 지금의 내 삶은
너무 많이 다르지만, 지금의 삶도 분명 가치가 있다.
그때의 내가 상상했던 나를 바라본다. 저 멀리 어딘가로 떠나보낸다.
2. 늪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색깔들이 가득한 그림을 바라본다.
보랏빛 물속으로 손을 뻗은 그림 속 한 여자의 모습이
어째서 그렇게 간절하게 다가왔던 것일까.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하나의 이미지는
하나의 노래가 되었고, 나는 그 속에서 춤을 춘다.
3. 베레나
오랜 시간 동안 뉴질랜드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친척들이 살고 있는
머나먼 나라로 기억될 뿐이었다. 실제로 처음 방문한 그곳은
참 거대한 섬이라는 인상이었고 자연이 몹시 아름다웠으며,
오클랜드 같은 도시에서도 사람들은 무척 친절했다.
하지만, 운전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버스만 타고 다녔던
여행은 쉽지만은 않았고, 결국 하루에 한 대뿐인
버스를 놓쳐서 산 아랫마을에서 약간의 조난 상황에 처했을 때..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자신의 차에 태워주고
무사히 도시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줬던
호텔 직원의 이름이 '베레나'였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서, 함께 사진을 찍자는 말조차도 꺼내지 못했던
그녀의 얼굴은 내 기억 속에만 남아있지만, 헤어질 때 포옹하며 느꼈던
따스한 체온은 마음 한 켠에 남아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타인의 호의에 도움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4. 꽃무덤
어린 시절에는 여름방학마다 항상 시골에 내려갔다.
그래서 나는 도시에서 자고 나란 사람이지만
시골이 나 자신의 일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 다 돌아가신 이후로는
시골에 자주 찾아갈 이유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성묘를 위해서 시골에 갈 때면,
두 분의 자손들이 성묘를 하기 위해서 다 같이
풀길을 따라 걷는다. 나란히 놓인 두 무덤을 바라보며
그곳에서는 그분들이 조금 더 함께 행복하시길, 바래본다.
5. 네모난 지구
나는 지구가 둥근 별이라는 사실을 좋아한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사람들을 다 만나고 올 것'
이라는 동요의 가사에 공감하니까.
어느 날 대화를 하다가 '지구의 끝이 없어서 쓸쓸하다'라는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은 나와 완전히 반대되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신기하면서도, 어쩐지 '세상의 끝에 있는 연인'의 이미지가 생각났다.
네모난 지구의 가파른 절벽 끝에 나란히 걸터앉아 단둘이서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대로 소멸하는 그들의 모습을.
'시간이 멈춰버리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어떤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처럼 그럴 수만 있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고 가끔씩 아쉽게 생각한다.
6. 따스한 겨울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다가도, 계속 이어지는 소중한 인연들이 있다.
그런 인연들 덕분에 그동안 못 봐온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겨울의 연말 시즌이 꼭 춥지만은 않다. 웃는 얼굴들과
오가는 밀린 이야기들 속에서 따스한 공기를 느낀다.
7. 숨 (Breath for Skyblue People)
음악을 처음으로 좋아하게 만들어줬던 나의 첫 가수 god를 다시 만난 덕분에,
솔로 EP를 준비하는 기간과도 맞물렸던 지난 1년은 무시무시하게
외로울 것 같아서 두려웠던 마음과는 달리,
무척 즐거운 기억들이 가득한 나날들이었다.
영어 솔로 아티스트명을 굳이 소문자로 고집해온 것도
노래 안에 나레이션을 섞어 넣거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사들을
쓰거나, 항상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서 곡을 써 온 것도
어쩐지 나의 첫 가수들에게서 영향받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걸 깨닫고 혼자서 많이 놀라기도 했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 다시 만난 그들과, 그들 덕분에 새로 생긴 하늘색 친구들 덕분에
분명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편하게 숨 쉴 수 있게 되었다.
가능하다면 그 숨을 계속 호흡하고 싶다.
지도에 그려지지 않은, 예상치 못한 이곳은 때때로 지루하지만 때때로 흥미롭고,
여전히 나는 매일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생경하다.
더듬더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 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또다시 나는 낯설고 아름다운 어떤 곳에 당도해 있으리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