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잊혀진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스스로에 대해서 솔직한 노래,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노래들을 만들려고 했어요. 예전에는 내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 세계가 정말 큰 것 같고, 그런 생각으로 음악을 했다면 지금은 그게 별 거 아니구나,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소년은 먼 바다를 향해 앉아 있다. 그의 손에는 어김없이 기타가 들려 있고. 소년에게는 할 말이 많다. 세상에게.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그래서 그는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른다. 그렇듯 단순하게. 당신에게 간단하고 단순한 질문을 건네듯이. 제 안에서 부풀어 오른 노래의 씨앗이 발아하고, 잎이 나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흥얼거림을 계속한다. 그 흥얼거림은 노래가 될 수도 있고, 파도처럼 부서지고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그러다가 어떤 것이 그 자체로 생명을 가지고 흘러가야 하는 곳으로 흘러가게 되는 순간, 그를 통과해 음악이 된다. 특별한 누구도 없는 그런 평범한 날들 중에 그 누군가에겐 선물이 되는 그런 음악이. 곡을 만들 때 제가 가졌던 감정이나, 표현하고 싶었던 느낌은 무겁고 우울했어요. 그런데 정작 만들 때는 술술 나온 느낌이 있어요. 만드는 과정은 고통스럽지 않고 즐거웠어요. 보르헤스는 불한당들의 세계사라는 책의 1954년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것을 수행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지만 그것을 쓰면서 몹시 즐거워했다. 제발 그 즐거움의 어떤 메아리가 독자들에게 가 닿기를. 누구에게나 헤매는 시간들이 있다. 안개 속에 있을 때는 답답하고 고통스럽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안개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처럼, 그의 노래를 들으며 내가 살아낸 시간들이 아름답다고, 소중하다고, 심지어는 향긋하다고도 말할 수 있기를. 온전히 나의 몫으로 남겨진 슬픔과 기쁨과 땀방울을 닦으며 걸었던 그 언덕길의 끝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소년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