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게 천천히 스며들어 깊이 남는 매력, 진저(g1nger) [SUNBEAMS]
첫 트랙을 재생하면 아름다운 음색의 가수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장르 음악 팬이라면 이 느낌이 조금은 익숙할 수도 있고, 기타와 함께 전개되는 간결한 전개와 공간감은 오히려 타 장르 팬이 반가워할 수도 있다. 진심 어린 사랑 고백은 진지하게 듣게 되고, 그 마음이 전달된다. 이어지는 곡은 이미 한 차례 공개된 곡이다. 겨울에 어울리는 따뜻한 느낌과 리듬의 조합, 독특한 분위기와 밝은 전개는 낯설지만 세련되었다. 가장 최신의 음악을 듣는 듯한데, 보컬과 따뜻함은 어쩐지 90년대를 연상케 한다. 이어지는 곡 역시 마찬가지다. 네오소울과 90년대 팝-알앤비, 최근 돌아오고 있는 음악적 스타일의 유행까지 반영했나 싶지만, 역설적으로 트렌드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두 곡은 팝 음악의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더 깊은 마음이 전달된다. 비록 다섯 곡이지만 그 안에는 뚜렷하면서도 일관된, 그러면서도 오묘하게 변화하는 흐름이 존재한다. 바로 진저(g1nger)의 첫 EP, [SUNBEAMS]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2000년대 초, 중반의 알앤비 음악을 접했다고 하며, 최근 음악가들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진저의 음악적 기반은 곡 전체를 통해 잘 드러난다. 그렇게 자신의 자양분을 잘 흡수하고 또 아낌없이 드러내려고 하는 부분은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고민하는 지점과 만나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보였던 싱글이나 데모 곡과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 더 높은 완성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전달 그 자체에 신경을 더 쓴 듯하여 차이점을 만들었다. 여기에 프로듀서 우람(WURAM)은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트랙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있는, 트랙으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프로듀서였다는 우람은 진저와 긴 시간 함께 작업하며 단순히 트랙과 보컬의 결합이 아닌 하나의 밀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두 사람의 개성이 공존하면서도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했다.
해를 쐬어야 한다는, 힘들 때일수록 해를 쬐고 광합성을 해야 한다는 앨범 제목에 이어, 각각의 곡은 큰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전달하고 있다. 사랑하는 존재를 천천히, 오래 두고 싶고 무겁게 넘어가고 싶다는 “책갈피”에 이어 친구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winter SLEEP”, 사랑하는 사람의 향을 이야기하는 “T-shirts”, 음악을 하면서 힘들 때 겪었던 마음과 함께 동료들을 생각하며 쓴 “SICK LIGHT”, 마지막으로 엄마를 향한 애정과 사랑을 듬뿍 담은 “young girls”까지 곡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크다. 가사를 천천히 바라보며 음악을 함께 들으면 이 안에 담겨있는 것들을 좀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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