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을 더하면 핑크가 완성된다
Pink Walk & Pink Road
핑크색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빨간색에 하얀색을 섞으면 된다. 하얀색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다양한 톤의 핑크가 만들어진다. 물론 반대도 가능하다. 하얀색 위에 빨간색을 떨어뜨려 섞으면 된다. 핵심은 눈길을 사로잡는 핑크를 완성하기 위해 무채색인 흰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중한 이미지를 선보이며 활동을 이어온 가호(Gaho)는 붉은색보다는 흰색에 가까웠다. 맑고 깨끗한 보이스, 선명한 멜로디 라인, 사운드 또한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을 보여 왔다. 가호가 자신의 첫 번째 콘서트 날 발표하는 싱글 ‘Pink Walk’는 그런 점에서 여러 의미를 갖는다. 핵심은 그의 길이 ‘핑크’로 칠해질 것이라는 점.
가호는 ‘Pink Walk’의 ‘pink’가 ‘예술을 표현하는 나의 개성’이라고 설명한다. 자신만의 개성과 색깔을 걸어 나아갈 길에 칠해 나아가겠다고 한다. 넓고 깊게 펼쳐진 스스로의 순백 위에 붉은색을 더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수차례 가호의 음악을 평하면서 안정감 위에 변화무쌍함을 담아내는 탁월함을 가졌다고 칭찬한 바 있다. 그런 그의 능력과 개성이 그를 ‘핑크 로드’로 이끌고 있다.
‘Pink Walk’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공간을 채우는 라운지 R&B 넘버다. 스타일리시한 일렉 사운드 위를 가호의 보컬이 자유롭게 오르내린다. 일렉 사운드가 곡에 파격을 부여하고 리드미컬한 공간감을 만들지만, 가호의 단단한 보컬은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다. 단단하지만 유연하게 흐르며 국내 음악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를 보컬로 완성한다. 다양한 스타일에 대한 가호의 음악적 소화력을 확인시켜주는 곡이다.
사운드 또한 보컬만큼 돋보인다. 절제의 미를 살리면서도 곳곳에 일렉의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가득 담았다. 보컬을 걷어내고 들어도 충분히 분위기에 취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씬의 흐름을 리드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치 또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0초 만에 전석이 매진되었다는 첫 번째 콘서트. 그리고 바로 그 콘서트 날 선보일 ‘Pink Walk’는 가호의 변화무쌍한 핑크로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글 / 대중음악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