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GKO [회색밤]
‘회색밤’
그는 한 여름에 이 곡을 썼다.
모든 사물과 자연이 각자 향과 멋과 색을 자랑하는
시끄럽고 싱그러운 여름밤에
그는 추운 기억을 생각했다.
겨우내 그가 나눈 감정은
차갑고 건조할 틈 없이,
안경에 김이 서릴 정도로 뜨거웠을 텐데
정작 여름에 그는 쓸쓸한 목소리로
‘추운’ 기억을 꺼내 온도를 높인다.
이미 멀어지고 흐려진 회색 기억을
‘아직 아름답다’ 노래해야만 겨우 온도가 올라가고,
이제는 애매모호하기까지 한 회색 기억에
오늘도 따뜻한 옷을 입히고 마는,
추운 여름밤을 보내고 있구나.
들으면 들을 수록 위로하고 싶어진다.
우리는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두려워하며
나중에 사라질, 희미한 서로를
오늘 밤 위로해주어야 하겠다.
-글 조영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