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하듯 우리음악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통음악이 단절의 역사가 없이 이어져 왔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국악이 우리의 생활음악으로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이 깊어 항상 되묻는 화두입니다.
창작에서 과연 어떤 노래가 우리 것이라고 하면서 공감할 수 있을까?
식견이 있는 분마다 달리 생각하는 바, 저의 생각하는 바를 이번 작품에 담아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정가 분야입니다.
이 장르로 작곡하게 된 동기는 교육용 제재곡으로 선정할 곡들이 너무 없다고 하는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교육용 제재곡이라면 정악을 소재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양음악도 교육용이라면 클래식으로 제재곡을 선정하듯이 말입니다.
클래식에 해당되는 우리 음악이라면 정가가 그에 해당됩니다.
그 정가의 양식을 지금의 모습으로 어찌 담아낼까?
그 정가에 담긴 내면을 이어서 과연 지금 시대의 정서에도 어울리게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상상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에 적용된 음악어법이라면,
전형적인 국악어법을 적용한 곡,
이왕이면 5음계 구성의 곡,
화성진행이 아닌 가락중심의 곡,
우리말의 운율에 따른 가락을 형성한 곡,
형식에서도 기존의 서양식 가요형식을 벗어난 국악에서 나타나는 형식을 갖춘 곡.
작곡가 | 신 장 식
어린이단소교본(은하출판사,1990년)
절씨구 우리악기 배워보세(산하출판사, 1995년)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한국교원대학원 졸업
서울시내 초등교사 12년
EBS 교육방송 PD (1991년~2008년) - 국악프로그램 연출
[TRACK]
01. 달아 높이 | The Moon, the higher | 고전시가 | Sop. 이가영
정읍사를 연주하던 곡이 바로 수제천이다.
성악부분이 사라지고 기악부분만 남아서 연주되고 있다고 악학궤범에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악가락에서 성악가락의 흔적이 좀 남아있지 않을까 가역적 생각을 해보았다.
뭔가 연상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분이고, 노랫말의 운율과는 맞지 않아서 몇 차례 포기했다.
그래도 연관 지을 수 있는 부분을 담아서 노래의 정서를 표현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잘 살펴보면 수제천 가락이 연상되는 부분도 있다.
02. 승무 | Seungmu (A Buddhist dance) | 시 : 조지훈 | 여창. 김나리
승무詩가 춤추는 모습을 잘 묘사했는데 정작 시에는 음악적 요소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여기에 음악을 담아 주고 싶었다.
춤추는 모습을 상상하면 살풀이 음악이 절로 흐르는데 멈춤과 움직임을 음악에 담아보았다.
03. 산유화 | The flower on the hill | 시 : 김소월 | Sop. 이가영
시의 문단구성이 4연으로 되어서, 처음(1연)과 끝부분(4연)이 유사하고 가운데 부분(2,3연)이 다른 내용이다.
곡 구성도 이에 맞게 작곡되었으며 그런 점에서 시의 운율을 그대로 잘 살렸다.
04. 진달래꽃 | Azalea | 시 : 김소월 | 여창. 김나리
느린 자진모리 장단으로 불러도 좋고 조금 빠르게 흥겹게 불러도 좋다.
우리의 민요가 그렇듯이 창자의 기분에 따라 다양하게 부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노래가 민요적인 선율로 그렇다.
05. 못잊어 | Unforgetable | 시 : 김소월 | Bar. 안민규
왜 못잊지? 어떻게 하면 잊을수 있지? 그저 세월이라도 지난다면 잊을까?
고민하는 시인의 그 마음을 잘 담아내었을까? 자꾸 못잊겠다는 심정을 담았다.
06. 먼 후일 | Far later | 시 : 김소월 | Bar. 안민규
먼 훗날 그때에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는 잊었다고 하리라.
지금도 잊었고 과거에도 잊었고 미래에도 이미 잊었노라하는 어쨌든 이제는 잊었다고 하는 시인의 마음을 잊었노라의 반복, 강조를 통해 표현하였다.
07.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Then I didn't know | 시 : 김소월 | Bass. 정호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를 후렴으로 처리하여 시의 반복, 강조를 그대로 살렸다.
08. 초혼 | Invocation | 시 : 김소월 | Bar. 안민규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절한 심정을 처절히 곡에 담았다.
초혼의식으로 허공에 님을 세 번 반복해서 부른다고 한다.
부를 때마다 시인의 심정이 점차 강조되어 표현된다.
시의 내용 전개에 따라 서사적으로 가락을 진행하였다.
09. 즐거운 편지 | The Letter of a precious memory | 시 : 황동규 | Bar. 안민규
시가 서사적으로 길다. 시가 길면 곡을 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기존에 작곡된 적이 없는 시다.
아마 이 시에 곡을 붙이는 게 처음인 듯하다.
이 곡의 특징은 일반적 가요형식이 아니고 전형적으로 국악형식의 하나인 가락중심의 진행을 하고 있는 곡이다.
반복되는 가락이 없이 가사의 분위기에 따라 선율이 계속 달리 구성되는 진행이다.
10. 흔들리며 피는 꽃 | Blooming Flowers swaying in the breeze | 시 : 도종환 | Bass. 정호진
전통 정가의 흐름을 이어서 가락을 지어봤다.
창법이야 어느 방식으로 부른들 문제없지마는
가락 진행에 있어서 정가적 표현을 찾아 그 느낌으로 그 맛을 내었으면 한다.
11.너에게 | For you | 시 : 서혜진 | Bass. 정호진
이 곡도 전통 정가에 뿌리를 두고 지었다.한 박, 한 박, 한 걸음씩 내딛듯이 담백한 맛이 나도록 부르면 좋겠다.
가락이 주는 느낌이 기존의 서양식 표현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그 맛의 차이를 느껴가며 불러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