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해내는 여성 아티스트 'Alisha', [Sick Of You] 발매
'알리샤 (Alisha)'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행보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다. 그는 첫 Mixtape [Purple Luv]을 발표하며, 래퍼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는 믹스테잎을 통해 허스키한 보이스 톤이 돋보이는 탄탄한 실력의 랩을 선보였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가사 덕분에 그 존재감을 많은 이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알리샤'는 래퍼의 행보를 보이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정식으로 발표한 싱글들을 통해 보컬로서의 매력을 뽐냈다. 첫 싱글인 [Love Me]에선 곡 전반에 미끄러지듯 흐르며 무드를 구축하는 멜로디 메이킹 능력을 뽐냈고, 이후 [Last]와 [Sober]를 통해서는 딥하우스와 네오 소울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장르적으로 유연한 아티스트임을 증명했다. '알리샤'는 꾸준한 작품 활동을 선보임은 물론 싱글마다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가당착에 빠져 주목도를 잃어가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이름을 계속 주목하게 했다.
이번 '알리샤'의 네 번째 싱글 [Sick Of You]는 트랩 기반의 곡이다. 퓨처 사운드에서 흔히 쓰이는 신스 사운드가 분위기를 가끔 환기시키긴 하지만, 곡 전반은 허탈하고도 공허한 무드가 이어져 나간다. 이는 장르적 범용성을 넓혀 가던 그의 최근 행보와는 달리 맨 처음 선보였던 믹스테잎의 음악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가사 역시 그러한데, 사랑의 그 달콤한 순간들을 담아냈던 최근 싱글들과 달리 차갑게 식어 버린 연인의 현재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음악을 다시 처음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하기에는 이르다. '알리샤'는 곡에서 좀 더 랩에 가깝게 보컬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전 음악들보다 더욱더 여유로워진 보컬을 구사하며 곡의 중심에 자신의 목소리가 있게 만든다. 또한, 그는 세세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으며, 공허하기까지 한 곡의 공간감을 최대한 살리면서 동시에 곡 전반에 텐션을 유지한다. 곡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소 무심하듯이 뱉어대는 목소리 톤과 플로우, 한 박자 쉬어가는 완급조절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거기에 가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직접 관계를 스스로 정리해버리는 그의 모습에서는 주체적인 여성상이 잘 드러나 있기까지 하다. 그 때문에 이번 싱글은 초심의 회복이 아닌, '알리샤'가 음악적인 당착에 빠지지 않고, 아티스트로서 더욱 여유로워지고 발전해가고 있는 과정이 잘 담겨 있는 곡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좋을 듯하다.
프로듀싱은 [Last]를 통해 호흡을 맞추었던 'THE NEED'가 맡았으며, 믹싱과 마스터링에는 '블래스티 (Blasti)'가 참여해 그의 보컬 퍼포먼스에 걸맞게 사운드적인 공간감을 잘 구현하였다. 또한, 이번 아트워크 역시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Heezey'가 참여해 비주얼적인 부분을 잘 살려내었다. 장르를 넘나드는 것은 물론,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실력을 선보이며 싱글마다 재미있는 감상 지점을 선사하는 '알리샤'. 새로운 유망주 아티스트를 찾고 있는 이라면 그의 행보를 반드시 주목해보길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