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들의 왕
오래 빚어 더 고독하게 빛난다.
오리지널 Folk Singer의 귀환 _ 오소영 3집 [어디로 가나요]
충격적인 데뷔 앨범 [기억상실] 로 그녀가 포크씬에 등장했던 건 2001년. '제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가을에는'이라는 곡으로 입상한 지 5년 만의 일이었다. 입상 후 데뷔 앨범을 발표까지 ‘하나음악’ 선배들과 호흡했고 본능적인 그녀의 곡들은 빛나는 편곡으로 옷 입기도 했다.
이후 2집 [A tempo]까지 8년, 2집에서 3집 [어디로 가나요] 까지는 11년의 세월이 걸렸다.
먼 길을 고독하게 걸어온 싱어송라이터가 던지는 가장 철학적이고도 담백한 물음 [어디로 가나요]는 하덕규(시인과 촌장), 조동익(어떤날), 고찬용(낯선 사람들) 등 선배 뮤지션들의 박수를 받으며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레이블 'afternoon'의 프로듀서 재주소년 박경환이 함께 했다.
하덕규 (시인과 촌장)
오소영의 노래는 위로하면서, 질문한다. 쓸쓸한 존재들인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정말 멋진 어법을 가진 우리 시대의 아티스트이다
고찬용 (낯선 사람들)
삶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가사가 아름답다.
유별나지 않은, 자연스러운 어울림들이 일상의 특별함을 느끼게 해준다.
오소영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역시나 듣기 좋다.
조동익 (어떤날)
오소영 1집 ‘기억상실’ (2001)의 데모를 듣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14곡의 노랫말과 곡을 직접 쓴 것은 물론 기타 연주까지 혼자 다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직도 소녀티가 나는 그녀에게서 어떻게 그런 노랫말이 나왔을까 하는 것도.
새롭게 세상에 나올 그녀의 새 앨범. 조금 일찍 들어볼 수 있게 된 행운. 하지만 이 노래들에 대해 코멘트를 한다는 것은 나에겐 너무 벅찬 일이다. 그녀가 긴 세월 동안 자신을 감싸고 있던 딱딱하고 오래된 껍질을 벗어버리고 다시 세상에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힘들게 붙들고 있던 꿈들이여 안녕
그래도 놓을 수 없던 희망이여 안녕" _[홀가분]
우리가 쉽게 놓아버리고, 등 돌리고, 잊어버리는 것들에 대해서 그녀는 섬세하고 번뜩이는 감성으로 노래한다.
"멈춰버린 심장이 말하네, 멈춰버린 입술이 말하네
난 살아 있었다고, 난 사람이라고, 난 사람답게 살고 싶었다고" _[살아 있었다]
그녀의 노랫말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늘 묵은 슬픔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는데, 무엇이 그녀를 변하게 했을까? 궁금하다.
"오늘도 나가 뛰놀자. 멍멍멍. 맛있는 걸 많이 먹자. 멍멍멍
오늘도 하늘을 보자. 멍멍멍.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 있으니" _[멍멍멍] 부분
모두 잠이 든 깊은 밤에도 그녀는 밝고 즐겁기만 하다.
"지금은 자야 할 시간. 모두가 잠이 드는 이 시간
난 기타를 꺼내 들고 노래하네. 즐거운 밤의 노래 하네" _[즐거운 밤의 노래] 부분
마치 나를 위한 노래 같다. 위로받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총 속에 탄환은 줄어가는데
너는 뭘 쫒는지 모르는 사냥꾼
그대여 어디로 가나요? 그대여 갈 곳은 있나요?
그대여 이제 그만 그 어둡고 외로운 길에서 도망쳐요" _[어디로 가나요] 부분
누가 또 이렇게 아프고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을까?
"당신의 모서리를 안을 수 있게 나를 조금만 잘라낼게요
당신의 모서리를 품을 수 있게 나를 조금만 도려낼게요" _[당신의 모서리] 부분
"그리워하는 건 나의 자유, 유일하게 나에게 허락된
아 그리워라 아름다운 날들아
아 그리워라 그 사람
아 그리워라 반짝이던 기억들
아 그리워라 그 사람" _[그 사람] 부분
그녀의 이번 새 노래들은 내 ‘플레이리스트’에 늘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이전 노래들도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다).
그녀에게 뭔가를 바라는 건 ‘나에게 허락된 자유’이다. 부디 아프지만 아름다운, 슬프지만 빛이 나는, 그립고 사랑스러운 노래를 오래오래 들려주길.
우리가 아껴 들을 수 있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