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wls [If We Live Without Romance]
더 보울스 (The Bowls)는 연주의 대가와 록의 전설을 탐미하고 연구하며 얻은 영감을 매력적인 음악으로 표출하는 록 밴드이다. 2015년 데뷔 작품인 EP [The Ballad of Bowlin` Bowls] 이후 멤버의 군 복무와 유학 등의 부침을 겪었지만, 꾸준하게 새로운 곡을 대중에 선보였고 팀은 더 견고해졌다. 블루스 음악을 기반으로 싸이키델릭 록과 펑크 (Funk), 하드 록, 프로그레시브, 하트랜드 록에서 AOR 사운드까지 장르 간의 고리와 고리를 넘나들며 어느덧 17곡이라는 레퍼토리를 적립했다. 그리고 현재 2019년 [If We Live Without Romance]라는 타이틀로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그들의 주요 작법은 굵직한 레퍼런스를 우선 정하는 것이었다. 이번 데뷔 앨범을 있게 만들어준 마스터피스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을 유려하게 뽑아내는 로맨티스트 스테판 비숍 (Stephen Bishop)의 [Bish] (1977), ‘스탠다드 팝록’의 키워드를 각인시켰던 스틸리 댄(Steely Dan)의 [Aja] (1977)과 같은 작품은 그들의 바이블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더 보울스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If We Live Without Romance] (2019)에는 어쿠스틱 연주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래리 칼튼 (Larry Carton)의 수작으로 꼽히는 [Discovery] (1986)가 좋은 참고서가 되었다. 사운드적인 측면은 다양한 음악적 패턴과 스펙트럼을 융합시켜낸 윤상의 [Cliché] (2000)와 ‘록 사운드 블랜딩’의 절정을 이뤄냈던 테임 임팔라 (Tame Impala)의 [Currents] (2015)가 훌륭한 ‘창작 지침’으로 자리했다.
위에서 언급된 작품들의 질감을 복각하기 위해서 레코딩과 믹스, 마스터링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좋은 결과물은 물론 아티스트의 역량에서부터 시작하겠지만 이와 맞물려 [If We Live Without Romance] (2019)는 조력자인 엔지니어들의 맨파워 역시 짚고 넘어갈 앨범이라 하겠다. 로다운30 (Lowdown 30), 킹스턴 루디스카 (Kingston Rudieska), 박주원, 김완선, NY물고기 등과 같은 국내의 아티스트들의 녹음과 믹스를 담당했던 최성준 엔지니어가 함께했다. 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 배리 매닐로우 (Barry Manilow), 다이애나 크롤 (Diana Krall)과 같은 명인들의 마스터링을 담당하고 2011년 그래미에서 미국의 블루그래스 가수인 새러 저로즈 (Sarah Jarosz)의[Follow Me Down] 앨범으로 비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 (Best Engineered Album, Non-Classical) 후보에 올랐던 남상욱 엔지니어가 참여했다. 이들은 더 보울스의 모든 곡 작업에 합을 맞춰오며 밴드를 든든하게 도왔던 인물들이다.
‘웰 메이드 팝 뮤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대한민국에서 음악을 업으로 삼는 이라면 ‘대중가요’에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 보울스의 음악에 대해 “밴드 음악이 밴드다워야지”, “이 음악은 너무 가요 같다”라는 평가는 무의미하다. 그저 영향받은 모든 음악을 거리낌 없이 모든 곡에 담아내고자 했다. ‘오로지 록’이라는 올가미에 가둬두기를 스스로 거부한 것이다. 이 결과로 더 다채로운 악기의 수용이 가능했고 각 섹션 간의 연결도 유기적이며 유연했다. 음악계에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블루스를 연주하는 밴드”라는 수식을 일부러 지워내려는 시도도 자연스레 곡 면면에 담겼다.
“라이브를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작업 해보자”라는 포부의 [Rubber Soul] (1966)도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비틀즈는 무자비한 고성에 질려 팬 앞에 서길 거부하며 스튜디오로 향했지만, 더 보울스는 다른 의미로 라이브를 염두에 두지 않고 소리의 실험에 몰입했다. 단순하게 실제 라이브에서는 선보이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연주와 진행, 재미있는 소스와 다채로운 소리의 층을 겹겹이 앨범에 담아내고 싶었다. 혹여 레코딩에 비해 라이브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자신들을 향한다고 해도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다.
음악적 궤는 변함없이 정통 록 음악에 대한 수절에 있다. 한곳에 치우치기보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한곳에 모아 앨범을 제작했고, 하나의 ‘싱글’이 아닌 하나의 ‘앨범’으로 평가받고자 한다. 시류에 휩쓸리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히 하고자 했고, 쉼 없이 갈고 닦아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진중한 고집은 아티스트 본연의 독특한 체계를 견고하게 할 수 있었던 버팀목이었다. 더 보울스는 모든 영역의 록 장르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레퍼런스와 스타일에 대한 파괴와 재창조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성역으로 흡수했다. 어느 하나에만 종속돼 있지 않은, 새로운 레트로 록을 완성해내면서 온전하게 [If We Live Without Romance]라는 자아의 본질을 드러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