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삶, 그리고 로맨스를 노래하다
The Bowls [If We Love Without Romance]
정확히 50년 전 하드록의 전설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은 데뷔와 소포모어 작품을 같은 해에 발매하는 발칙함을 보인다. 이는 역사가 되었고, 가장 위대한 등장으로 남아있다. 더 보울스 (The Bowls)는 올해 3월 1집 [If We Live Without Romance]를 선보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1월 2집 [If We Love Without Romance]를 선보인다. 비단 그들과 절대 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무려 반백 년이나 지난 2019년에 이런 경우는 근래에 들어본 적 없다. 음악도 시대착오적인 스타일을 고집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활동의 결도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아무리 시대착오의 우를 범했다 할지라도 앨범의 호흡으로 음악을 접해왔던 젊은 밴드 더 보울스다. 예술가로서 올바른 음악적 구현은 하나의 완성된 앨범이라 믿는다. 록이라는 기본 틀에서 여러 장르와 스타일을 추구해온 이 젊은 아티스트 집단은 다부진 욕심이 느껴지는 데뷔작을 선보였고, 전달되지 못한 다양한 음악의 정수를 담아낸 두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한다. 이 두 작품은 절대적으로 연장선에 있고 그 이야기는 ‘사랑과 삶, 로맨스’라는 키워드에 녹아있다.
오프닝 곡 ‘병실에서’는 리더인 서건호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려낸 작품이다. 언제나 건강하고 때로는 무서웠던 아버지였다. 하지만 갑자기 쓰러져서 중환자실에서 말 한마디 못 하고 누워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느꼈던 소년의 마음이 담겼다. 케니 로긴스 (Kenny Loggins)의 ‘Cody's Song’과 수잔 베가 (Suzanne Vega)의 ’Luka’와 같은 담담한 감성이 전해지는 스타일의 포크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 비슷한 기조로 이어지는 ‘왜 난 항상 우울해지는 걸까?’는 보울스 스타일이 팝송이다. 나의 우울한 시간도 사랑한다면 더 성숙한 사람이 되지 않겠냐는 자기 성찰적인 이야기다.
‘계절’ 역시 서건호가 학창 시절 만든 곡이다. 나는 변한 것이 없는데 시간이 흘러 계절은 바뀌고, 그 흐름대로 우리는 함께 성숙해지겠다는 스스로의 성장을 노래한다. 후주에는 카펜터즈 (Carpenters)의 명곡인 ‘Sing’의 멜로디를 건반 라인으로 담았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팝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덧입히며 변함없이 추구했던 멜로디 지향의 작법이 재미있게 들리는 특별한 곡이다.
리프 중심의 록 음악을 작심하고 만든 ‘첫사랑’은 의도와는 전혀 다른 구성이 되었지만, 이제는 완성형으로 가는 밴드 특유의 멤버 간 ‘합’이 잘 살아있는 작품으로 대변될 수작이다. 더욱더 단단해지고 있는 연주의 결합은 ‘고백’에도 이어진다. 4년 전 데뷔작 [The Ballad Of Bowlin’ Bowls]의 레퍼런스 간판에 내걸었던 킹 크림슨 (King Crimson)의 ‘Elephant Talk’와 같은 괴이한 리듬을 본뜨자는 목표로 작업에 임했지만, 자의 반 타의 반 깔끔한 팝 넘버로 변모되었다.
시카고 (Chicago)의 ‘Saturday In The Park’가 연상되는 2집의 타이틀곡, ‘우리 모두 처음 겪는 일’은 이번 작품의 베스트 트랙이다.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을 더 보울스 (구 뚝배기들)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함께 노래하고 합주하는 것 즐겁지만 새로 겪는 어려움에 대한 고찰을 반영해 “어른이 되었다고 무얼 할 수 있나 우리 모두 처음 겪는 일”이라는 노랫말을 썼다. 공감되는 가사와 따라 부르기 좋은 후렴구가 팬들의 사랑을 차지할만하다. 레이 찰스 (Ray Charles) 버전의 스탠더드 재즈 명곡 ‘Makin’ Whoopee’에서 영감을 받아 여유로운 느낌으로 곡 작업을 시작했고, 편곡 끝에 더 보울스 전형의 색이 입혀진 매력 넘치는 노래다.
이지리스닝의 ‘Farewell’은 이어지는 ‘If We Live Without Romance’와 멋진 짝을 이룬다. 1집의 앨범 타이틀을 그대로 가져온 이 곡은 “언제까지 우리가 지금처럼 즐겁게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자문자답과도 같은 결과물이다. 전작의 타이틀 트랙인 ‘Cosmos’는 영어 버전으로 녹음되었고 성진환의 보컬로 들을 수 있었던, ‘Flash Of Love’는 서건호의 목소리로 다시 들을 수 있다. 첫 번째 작품과 마찬가지로 보컬과 연주파트를 의도적으로 어슷하게 배치하기도 하며, 연주간 레이어의 특징을 각인시키려는 노력이 들린다.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는 요소들의 유연성과 유기적인 연결은 그들이 음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간의 작업처럼 레퍼런스를 정하기보다는 팀 고유의 색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기민함과 영민함은 그들의 힘이다. 여기에 과도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음악적 욕심까지 더해져 소포모어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인디신에서 연주력과 음악성으로 입지를 다졌다. 더 보울스의 멤버들은 이제는 아는 사람은 안다는 연주가들로 성장했다. 창작에 있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예술가는 없겠지만, 첫 번째 EP에서 지금까지 선보인 모든 곡을 총망라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결국 [If We Love Without Romance]를 통해 그들에 대한 음악적인 믿음은 다시 확인되었다. 이 젊은 청년들은 수많은 장르의 전환과 변용, 혼재의 무질서 속에서 ‘더 보울스’라는 질서의 미를 만들어냈다.
2019/11 대중음악평론가 신현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