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말해줄 수는 없지만 - 치즈 [I can't tell you everything]
치즈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가끔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왜 치즈의 음악을 좋아할까. 앙케이트를 직접 돌려본 건 아니지만, 아마 질문을 받은 사람 중 대다수는 보컬 달총의 목소리를 첫 번째 이유로 들 것이다. 끝없이 사랑스럽다가도 살짝 그늘을 드리우고, 젤리처럼 말랑거리다가도 문득 단단한 속내를 드러내는 달총의 목소리는 2011년 4인조였던 치즈가 데뷔할 때부터 1인 밴드가 된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치즈의 중심이었다.
편안한 어쿠스틱 팝에서 깊이 있는 발라드, 가벼운 일렉트로 팝까지 꽤 많은 영역을 오가면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던 그 중심은 이제 그 자체로 치즈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 되었다. 2017년 처음으로 홀로서기를 시도한 싱글 ‘좋아해’가 받은 사랑의 크기는, 달총이 스스로 말했듯 ‘치즈라는 이름으로 했던 많은 것들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에 대한 대중의 화답과도 같았다.
홀로서기 3년, 달총은 많은 일들을 혼자 해냈다. ‘수상한 파트너’, ‘남자친구’, ‘사랑의 온도’ 등 다양한 드라마 OST에 참여한 것은 물론 영화 ‘비포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쇼트 필름’ 싱글을 연이어 발표하며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기도 했다. 아이돌에서 힙합까지 분야를 막론한 피처링 제의도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네 곡이 담긴 EP [Plate]를 내놓기도 했다.
[Plate] 이후 꼬박 1년만에 발표하는 새 EP [I can't tell you everything]은 그 동안 차분히 쌓아온 달총의 혼자만의 시간이 비로소 그의 내면으로 방향을 바꾼 첫 앨범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만 하다. 사실 외양만 봐서는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치즈와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는 어렵다. 많은 이들이 각자 마음의 방에 소중히 품어 온 달총의 목소리도, 장르와 상관없이 늘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는 고백처럼 잘 만든 팝을 지향하고 있는 수록곡들의 면면도, 모든 것이 치즈의 역사를 이어가고 싶었던 달총의 의지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흐름 안에 놓여 있다.
다만 달라진 건 그 자연스러움 안에 자리한 진심이 그려낸 흔적이다. 그간 사랑을 둘러싼 섬세한 감정을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다채롭게 들려주던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집중하는 건 사랑과 삶의 경계에 서 있는 나 자신이다.
앨범의 타이틀이자 첫 곡 제목이기도 한 ‘I can’t tell you everything’에서, 치즈는 너에게 모든 걸 다 말해줄 수는 없다는, 가끔 널 버리고 떠나버리고 싶다는,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시니컬한 자세를 보인다. 이어지는 더블 타이틀 ‘오늘의 기분’과 ‘꼬일대로’가 가리키는 방향은 더욱 명확하다. ‘알게 뭐람’과 ‘제가 알아서 할게요’. 매일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그만큼 매일같이 속으로 꾹 삼켜버리고 마는 더없이 익숙한 언어들이 풍부한 팝 사운드에 실려 시치미를 뗀 채 두둥실 흐른다.
먹구름을 감추려는 기본적인 노력도 하지 않는 솔직함에 조금 당황스러워지려는 찰나, 순한 봄바람같은 어쿠스틱 팝 ‘수채화’와 작곡가 헨(Hen)과 함께 호흡을 맞춘 ‘변명’이 전하는 포근한 온기가 마음을 다독인다. 비록 이런 표정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당신이 기억하는 치즈는 그대로라고 말이다. 굳이 답을 구하지 않는 ‘혹시 절, 아세요?’하는 솔직한 질문과 각자의 마음 속 심어둔 푸릇한 새싹이 공존하는 치즈의 앨범이다. 없던 흥미도 생길 일이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