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pein EP [L’hiver]
[앨범 소개]
문학,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정말 많은 미디어가 겨울과 이별을 다룬다. 겨울의 쌀쌀함이 이별의 애절함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까. 실제로 겨울에 이별을 맞이하는 연인이 많은가 궁금해 ‘겨울, 이별 통계’를 검색해도 이소라의 곡, “겨울, 이별”만이 검색될 뿐이다. 물론, 통계가 없더라도 정말 많은 이가 겨울과 이별을 한 곳에 묶곤 한다. 봄이 새로 피어나는 계절이라 여겨지는 것도 분명 겨울과 이별의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도핀(Dopein)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앨범 제목부터가 ‘겨울’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여기에 수록곡을 통해 후회, 아쉬움, 소망 등, 사랑과 이별에서 오는 감정들을 담아낸다. 기본에 가장 충실한 방식이다. 겨울과 사랑이란 주제와 알앤비. 실패할 수 없는 일종의 공식과도 같다. 덕분에 [L'hiver]는 듣기 굉장히 쉽고 편안한 앨범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도핀의 재치 있는 비유가 앨범의 매력을 살린다. 타이틀 곡 “썰매”를 살펴보자. 도핀은 연인 사이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고저를 썰매를 타기 위해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행동으로 표현한다. 이어지는 “Winter In You”는 연인이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묘사하며 겨울은 싫지만, 연인과 함께 하는 순간이라면 그 추위마저도 사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겨울을 배경으로 누구나 겪었을 만한 경험을 소재로 하여 듣는 이에게 공감을 유발하는 “이기적이었어”도 겨울을 소재로 만든 사랑 노래다.
[L'hiver]의 또 다른 매력은 간결함이다. 6곡으로 이뤄진 앨범은 복잡한 내용 없이 네오 소울, 콘템포러리 발라드, 얼터너티브 알앤비 등 다양한 갈래를 훑는다. 약 17분의 재생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면서 동시에 적당한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한 아쉬움은 곧 아티스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L’hiver]는 성공적인 앨범이라 말할 수 있다. 유난히 따뜻했던 2020년의 겨울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지금, 이 앨범을 들으며 이번 겨울의 후회, 아쉬움, 그리움 등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만약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아도 괜찮다. 이 앨범을 통해 나름의 간접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글 ㅣ 심은보 (프리랜스 에디터, Shimeunboss@gmail.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