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다운 30. 한국의 록 음악 씬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이름. 록의 대격변기였던 90년대부터 이미 손 꼽히는 기타리스트였던 윤병주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는 연주로 밴드를 지탱하는 베이시스트 김락건, 그리고 센스와 실력을 겸비한 드러머 이현준의 3인조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치로 군림하고 있다.
블루스와 하드록의 정통성을 바탕으로 당대의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섭렵해 온 로다운 30의 음악은 10년이 넘는 밴드의 역사에 느릿하지만 묵직한 압력으로 다채로운 지층을 새겨 넣었다. "Just Another Indie Rock Album"의 약자를 딴 냉소적인 제목의 첫 LP [Jaira] (2008)에서 선보인 끈적거리면서도 냉정했던 로다운 30의 사운드는 4년 만의 두 번째 LP [1] (2012)에서는 힙합 혹은 클럽튠과의 합작을 통해 보다 강력한 에너지로 진화했다.
이들의 진일보는 세 번째 LP [B] (2017)으로 이어져 이 앨범에서 로다운 30은 장대하면서도 간결한, 헤비하면서도 훵키한, 사악하면서도 발랄한, 능글맞으면서도 따뜻한, 서로 모순된 요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나로 섞여 있는 흥미로운 음악을 만들어냈고, 이 앨범에 한국대중음악상은 ‘최우수 록 음반’으로 화답했다.
‘반나절이지나도’는 3집으로부터 3년 간의 침묵을 깨고 선보이는 새로운 싱글이다. 강력하게 찍어 누르는 도입부터 묵직한 리프 위에서 작렬한 기타의 연주는 정확히 로다운 30의 그것. 하지만 중반부부터 쪼개지는 리듬은 비트메이커이자 프로듀서인 라이언클래드의 것이다.
전작에서 재즈의 이단적 연주자 김오키와 협연한 데 이어, 자신이 직조한 샘플을 패드 플레이로 풀어내며 힙합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는 라이언클래드의 참여는 어떤 전형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로다운 30의 방향을 보여주는 선택으로, 그녀의 변칙적인 리듬이 윤병주의 감성적인 기타 멜로디와 어우러지는 후반부는 독특하면서도 좋은 느낌을 자아낸다.
록의 종말을 논하는 현재의 음악계. 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가파른 길을 천천히 하지만 쉬지 않고 오르고 있는 로다운 30의 존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하나의 중심으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