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곤 [사랑하고 사랑하면 또 사랑을 하네]
우연히 갔던 전시회였어요. 조금 옛날, 지금은 유명한 화가가 아내에게 쓴 손편지들이 있었죠.
그중 유독 눈에 띄었던 건 피난 중에 썼었다고 해요.
“사랑하고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절절하고 애틋했던 그 편지는 다른 미술작품보다 오래 인상에 남았어요. 뻔하다면 뻔한 그 사랑 이야기가 어찌나 마음을 흔들던지 한참이나 그 편지를 두고 생각했어요.
당시에는 또 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농담처럼 자신은 “꼭 먹기 위해 태어난 거 같다”라며 자주 말했었죠.
하지만 전 그 농담을 듣고 꼭 재미없는 사람처럼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어요.
“그럼 난 사랑하려고 태어난 거 같은데.”
사랑은 참 가깝고 당연하게 보여도 언제나 고민을 줘요.
필 땐 목숨까지 걸어서라도 지키고 싶다가도 질 땐 그토록 말라비틀어지더라고요.
심지어 그런 감정적 소요가 싫어 거부하고 무시하려 해도 어느 순간 불가항력적으로 불쑥 나타나 감싸고 들어오는 것 역시 우리들의 사랑이고요.
그래서 담아 보았어요.
누구나 하는 그 뻔하디뻔한 우리 청춘 속에 담긴 사랑과 그 흔적들.
그저 그렇지만 우리에게만은 특별한 이야기들 말이죠.
그렇게 우린 결국 사랑하고 사랑하며 또 사랑을 하니까요.
-글- 오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