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에서 인간으로까지의 의미를 가진, 아직은 미완성된 존재들로 구성된 밴드
“From all to human” 의 첫번째 EP앨범 [LIEF]가 발매되었다.
삶의 어려움, 휴식은 단순한 흐름이지만 누구에게는 삶의 어려움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누구에게는 휴식의 반복이 무기력함으로 다가온다. 저마다의 어려움과 휴식의 굴레속에서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는 가장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대사회다.
나는 과연 이러한 굴레속에서 얼마나 솔직하게 살고있는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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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알앤비/소울 밴드 프롬올투휴먼(From all to human)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 김춘수 시인의 [꽃] 한 구절을 가져온다. 웬 쌩뚱맞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실 이들의 매력은 이 구절에서 비롯된다. 바야흐로 음악 스트리밍의 시대. 덕분에 우리는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곡에 파묻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는 음악 팬들에겐 축복일 수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끊임없이 다른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음악가들에겐 분명 악몽일 터. 덕분에 많은 음악가는 자신의 음악을 남들보다 더욱 돋보이고자 일종의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곡에서 소위 말하는 야마라는 걸 살리거나, 스트리밍 플랫폼에 알맞게 곡의 길이를 짧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해결책 역시 임시방편일 뿐. 수많은 음악가들이 해결책에 따라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이 역시 몰개성화되어 ‘우리’의 것이 되어 버린다. 이런 와중에 밴드 프롬올투휴먼이 들고 온 첫 EP는 ‘우리’의 음악으로 매몰될 게 아닌 특별한 ‘무엇’으로 느껴지는 작품임이 분명하다.
프롬올투휴먼이 ‘무엇’이 되는 순간은 EP의 첫 트랙 “Skidmark”를 튼 직후부터다. 훵키하고도 시원한 소리의 기타는 물론, 아련한 키보드 소리와 그루비하고도 휘몰아치는 드럼이 조화되어 청자를 몰입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들은 최신의 경향인 퓨처 혹은 얼터너티브 계열의 답습보다는 밴드 사운드에 의거한 정공법을 구사한다. 첫 트랙에서 자아낸 밤거리의 무드는 자연스레 “Dizzy”로 이어진다. 이 곡에서 밴드는 애시드 재즈(Acid Jazz) 혹은 네오 소울(Neo Soul)에 가까운 사운드를 구사하는데, 사실 곡 감상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장르의 구현보다 서로의 조화이다. 이들은 기존의 앨범 소개에서 서로를 미완성의 존재라 일컫고 있다. 하지만 그 미완성된 하나하나의 보컬과 악기들이 모여 탄탄하고 완성된 밴드 사운드를 이루고 있음을 해당 곡을 통해 확연히 느낄 수 있겠다. 매끄럽게 무드를 잇는 “Oriental”, 래퍼 사라카야콤슨(SarahKayaComson)이 참여한 “Gateball”도 그러한 편. 이처럼 프롬올투휴먼은 신인의 패기보다는 노련함에서 오는 균형과 조화에서 자신들의 멋과 맛을 찾고 있는 밴드로 느껴진다.
프롬올투휴먼이 ‘무엇’이 되는 두 번째 순간은 바로 “2Bed” 등을 통해 전해지는 멜랑꼴리함이다. 밴드는 앨범을 통해 수많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외로움과 고독이란 감정을 음악과 가사로 풀어내고 있다. 거기에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로 그 묵힌 감정들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포인트마다 공감각적인 단어 사용이 빛을 발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밴드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 상황들을 그리게 될 듯하다. 앨범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Hotel Alone” 역시 그 감정들을 세련되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트랙인지라 아련한 뒷맛을 길게 남긴다. 이런 트랙들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바로 보컬의 흡인력. 밴드의 보컬은 악기들이 만들어 놓은 사운드의 무드를 헤치지 않으며, 미끄럽게 곡과 곡 사이를 유연하게 이어나가 무드를 유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처럼 프롬올투휴먼은 정공법을 구사해 조화와 균형을 찾고, 무드를 중심으로 악기와 보컬을 덜어내면서 ‘모두’가 아닌 ‘무엇’이 될 수 있었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알앤비/소울 밴드 프롬올투휴먼의 첫 EP.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모두’가 아닌 ‘무엇’이 될 거라 장담하며, 오랜만에 정말 강력히 추천해본다.
글 - Geda
TRACK LIST
01. SKIDMARK
Composed by 프롬올투휴먼
02. Dizzy
Lyrics by 문성환, 김석근, 문형규 / Composed by 프롬올투휴먼 / Arranged by 프롬올투휴먼
03. Oriental Chill
Lyrics by 문성환, 김석근, 문형규 / Composed by 프롬올투휴먼 / Arranged by 프롬올투휴먼
04. 2bed
Lyrics by 문성환, 김석근, 문형규 / Composed by 프롬올투휴먼 / Arranged by 프롬올투휴먼
Chorus by Vetti
05. Skit
06. Gate ball (Feat. 사라카야콤슨)
Lyrics by 사라카야콤슨 / Composed by 프롬올투휴먼 / Arranged by 프롬올투휴먼
07. Don’t be disappointed
Lyrics by 문성환, 김석근, 문형규 / Composed by 프롬올투휴먼 / Arranged by 프롬올투휴먼
Trumpet by 김한빛 / Trombone by 함진수
08. Hotel alone
Lyrics by 문성환, 김석근, 문형규 / Composed by 프롬올투휴먼 / Arranged by 프롬올투휴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