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얼터너티브 힙합의 가장 적합한 대안, 몰디(Moldy)의 두 번째 EP, [Internet KID]
‘루키’라는 단어는 여러 뜻을 내포한다. 음악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는 근 몇 년 안에 떠오를 음악가나, 그 순간 가장 뜨거운 음악가를 의미한다. 이들은 공통으로 꾸준히 자신만의 색채를 다듬고, 드러내면서 미디어 혹은 팬덤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루키라는 단어는 중의적이다. 유명한 음악가도, 비교적 유명하지 않은 음악가도 모두 ‘루키’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의 첫 번째 힙합 어워드, <코리안 힙합 어워드>에서 루키로 선정된 세 명 중 한 명인 몰디(Moldy)는 비교적 유명하지 않을지언정 자신만의 색채가 뚜렷하여 루키로 선정된 예다.
몰디의 음악에서 드러나는 색채는 곧 얼터너티브 힙합이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의 얼터너티브 힙합을 이야기한다면 미국 메인스트림의 영향권에서 일정 이상 벗어난 음악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몰디의 음악을 설명할 방법이기도 하다. 그의 첫 EP [Nature Boy]는 정글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Internet KID] 또한 비슷하다. 우선 한국 힙합의 가장 큰 갈래인 트랩과 붐뱁을 제외한 프로덕션을 꼽을 수 있다. “NerdWave 2018”과 “사랑과 평화”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곡은 모두 언더그라운드의 전자음악에 영향받았다. “Sign in”은 발리 훵크, “Wi-Fi”는 그라임, “GodDy”에는 드럼 앤 베이스가 사용되었으며, “Rap Dance”는 뉴올리언스 바운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져있다.
음반 대부분을 프로듀싱한 사일러밤의 성향과 그랙다니라는 집단의 언더그라운드 색채를 생각했을 때, 지금껏 몰디가 보여온 행보를 본다면 이는 당연한 프로덕션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차별되는 지점은 사일러밤의 색채다. 사일러밤은 노이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사운드 디자인에서 일반적으로 익숙할 법한 소리를 뒤트는 식의 프로덕션을 자주 선보인다. 이는 “Rap Dance"에서 특히 드러나는데, 뉴올리언스 바운스에서 자주 쓰이는 스네어 롤 등을 거칠게 열화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로우파이라 규정짓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는 사일러밤만의 얼터너티브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Internet KID]의 프로덕션에서 노이즈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면, 랩에서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꼽을 수 있다. 몰디는 인터넷에서 받은 영향을 음반 안에 가감 없이 드러낸다. 로그인이란 뜻이자, 인터넷을 시작하는 첫 과정이라 볼 수 있는 “Sign in”을 시작으로, 현대인의 필수품 “Wi-Fi”를 연결한다. 여기에 음반 전체를 살펴보면, 프로듀서 사일러밤(Sylarbomb)이 런던의 오픈 소스 레이블, 클럽 레이트 뮤직(Club Late Music)에서 발표했던 “YTYTYTTY”를 재사용한 “Sign in”, 과거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했던 “Nerdwave”를 재가공한 “Nerdwave2018”을 재수록했단 점에서 몰디와 그랙다니가 그간 인터넷을 거쳐온 활동을 정리한 음반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몰디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괴리를 담아내며,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현실화하고 확장한다. 몰디의 가사 속에서 오프라인은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는 곳이고, 온라인은 꿈을 이루고, 상상을 할 여유를 제공하는 장소다. 인터넷이 몰디의 가사 속에서 자연이나 바다로 치환되는 이유 또한 그렇다. “Sign in”의 첫 번째 마디와 두 번째 마디부터 오프라인 속 취한 자신과 온라인을 그리워하는 가사는 “Wi-Fi”에서 ‘여유를 위해 여유를 팔아’라는 가사로 이어진다. 음반에서 자주 언급되는 ‘낮과 밤이 바뀐 삶’도 현실과 오프라인에서의 삶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몰디는 화면 안에 갇히길 자처하고, 그곳에서 사랑과 평화를 찾는다. (“사랑과 평화”)
그렇게 완성된 [Internet KID]는 몰디가 느낀 온/오프라인의 괴리와 동시에 자신감과 앞을 향한 변화가 담겨있다. 동시에 흥미롭게도 [Internet KID]가 나온 시점은 온/오프라인 간격이 줄어드는 때이기도 하다. [Nature Boy] EP가 나오던 때와 비교한다면 그의 라이브를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확실한 반증이다. 그렇기에 [Internet KID]는 여러모로 중요한 음반이 된다. 언젠가 듣는 이에겐 커리어 초창기의 그를 볼 수 있는 순간이, 몰디에게는 자신의 방향성을 재점검할 수 있는 지침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몰디가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는지에 집중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은유적 표현이 많은 그의 특성상 조금 헤매겠지만, 분명 그 안에서 지금의 몰디만이 말할 수 있는 맥락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이 아마 당신이 [Internet KID]에 로그인한 순간이다.
글 ㅣ 심은보 (프리랜서 에디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