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엽'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시 빛을 내다... 싱글 [없구나]
3년 만의 리뷰다. ‘슈가맨’에 정엽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벌써?’라고 잠시 생각했을 정도로 긴 시간 자리를 비웠다. 긴 공백 후의 컴백에는 대체적으로 파격이 담긴다. 강렬한 컴백으로 시간의 공백을 지우고 잊힘을 극복하려함이다. 장르를 바꾸고, 스타일을 바꾸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정엽의 컴백은 달랐다.
에코브릿지와 합을 맞춘 싱글 ‘없구나’는 우리가 사랑하고 감동했던 정엽 그대로의 모습이다. 차분하고, 부드러우며, 유려함 속에서 감성을 폭발시킨다. ‘나가수’ 초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정엽의 보컬리스트로서의 특별한 가치가 다시 이 곡에 담겼다는 의미다. 정엽처럼 부드럽고 차분하게 슬픔을 이끌어 내는 보컬리스트가 또 있을까?
‘없구나’...
이별의 노래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 이별의 아픔을 과한 감성으로 풀어내면 저급한 곡으로 평가받기 쉽고, 이별을 너무 차분하게 풀어내면 대중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하게 감성을 쏟은 곡은 명곡이 될 수 없고, 차분하게 풀어낸 곡은 숨겨진 명곡이 되는 딜레마다.
‘없구나’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다른 예상을 해볼 수 있는 건 정엽이 가진 유니크한 능력 때문이다. 정엽이 가진 가사를 풀어내는 섬세한 호흡은 격한 감성이 만들어 내는 상심보다 더 큰 감정의 동요를 이끌어 낸다. 그의 노래들이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유다.
‘없구나’는 그렇게 부드럽고 차분하게 슬픔을 이끌어 낸다. 너무 차분해서 차갑게 느껴질 정도다. 무언가를 다 내려놓은 것처럼 체념하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사랑한 시간조차 없구나 내 안에’라는 일반적인 상심의 문구가 정엽의 차가운 슬픔으로 인해 더 강하고 아프게 다가온다. 말하듯 툭툭 내던지고 가사의 호흡을 당기고 늘리며 슬픔의 깊이를 늘린다.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안하게 풀어내며 슬픔을 이끌어 내는 능숙함이 돋보인다.
오랜만이기에 더 반갑다지만 너무 오래 걸렸다. 다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은은한 빛으로 계속 많은 이들의 상심을 보듬어주길 기대해본다. (대중음악평론가 /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