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he : Episode 3, 키스밖에 기억이 안나]
퇴근시간 9호선 급행은 정말 사람이 많다.
도검이 하필 연말 모임을 금요일로,
그것도 합정으로 장소를 잡아버린 바람에
선미는 금요일 저녁에 9호선을 급행을 타야만 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도검과 지난번 와인 모임 때
한번 인사만 나눴던 동우라는 남자밖에 없었다.
집이 망원인 도검은 아무래도
자기 집과 가까운 곳으로 장소를 정한듯했다.
선미는 도검에게 왜 합정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저번에 생일선물로 받은 와인 때문에
괜히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선미는 선정릉역에서 9호선을 탔다.
지난번 와인 모임에서 어쩌다 보니
많은 사람들 중에 선미와 동우가
나란히 앉게 되었다.
그날 선미는 밝은 인상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동우가 귀여우면서도
듬직한 남자일 거라는, 어두운 자기와는
안 어울리게 밝고 건강하게 사는 남자 같았다.
그날 모임에서 둘은 어색함을 없애려
시시콜콜한 취미나 사는 얘기를 나눴다.
이야기가 끊기자 둘은 괜히
인스타그램에서 서로를 팔로우 하게 되었다.
동우는 선미의 눈빛들과 선미의
조용한 미소가 좋았다.
왠지 동우는 선미를 웃게 해주고 싶었다.
왠지 선미는 그늘 속 빛을 못 받은
마른 장작 같았다.
퇴근시간 9호선 급행은 정말 사람이 많다.
선미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는
눈만 깜박거릴 수밖에 없는 빈틈없이 꽉 끼는
인간 물결 속에서 겨우 고개만 내민 해마 같았다.
선미는 그날 동작역에서 그 지하철 같은 칸 안에서
동우를 만나게 될 줄은 하필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 그 두 사람이 또다시
마주 보고 있는 두 해마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선미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괜히 심호흡을 한번 하고
봉을 꼭 잡고 눈을 감았다.
균형을 잃어버리면 넘어질 수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과 극도로 가까이 마주 보고 있기는
너무나도 어색하고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던 순간 들어본 듯한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선미 씨"
"선미 씨 저 동우에요 여기서 뵙네요"
정확히 십 센치도 안 되는 바로 눈앞에 동우가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도검이 모임 가시는 길이에요? 저도 오늘 거기 가는데"
"아.. 네...."
"네 하하"
"네 하하"
"식사는 하셨어요? 도검이 이 자식이
약속을 늦게 잡는 바람에 저는 못했거든요.
가자마자 바로 술 마시게 될 텐데 걱정이네요"
"아 저도 시간이 애매해서 아직.."
"저희 노량진에 내려서..
간단하게 뭐 좀 먹고 갈까요?"
"네?.."
"하하.. 배도 고프고 추운데
도착하면 시간도 좀 뜰 거 같기도 해서요"
"아... 네...."
[About HeShe]
‘ 그들과 그녀들의 이야기들, HeShe ‘
‘100곡과 100개의 입술, 그리고 10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
‘그들과 그녀들의 이야기들’
HeShe는 작곡가 이치우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HeShe라는 이름으로 100곡 발매와,
100개의 아티스트의 입술로 작업된 재킷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다.
발매될 때마다 추가될 HeShe Episode에서는
총 10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연재될 것이어서
발매되는 음악과 함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0개의 입술이 모여 졌을 때 어딘가에서 열릴
전시회와 파티에서 많은 분들을 뵙길 바라며.
[About Artist]
세 번째로 히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Mook은
작곡, 보컬 두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2PM - 비가 와, 백 퍼센트의 해몽 등을
작곡하고 코러스 터보 - 다시(again),
니엘 - 날 울리지 마, 정세운 - 오! 나의 여신 등
많은 곡들에 코러스 작업을 하였고
현재 여러 음악들을 작업 중에 있는,
작곡 보컬로서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아티스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