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순간, 호흡까지 느껴질 여백의 음악으로 위로하는 '전진희'의 정규 1집 [피아노와 목소리]
보컬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듣다 보면 문득, 그 옆에서 묵묵히 연주하는 사람에게 시선이 가고 이내 궁금해진다. 저 사람은 어떤 목소리를 가졌는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연주자로서, '하비누아주'의 리더로서가 아닌 '전진희'로서 자신의 일상을 담아냈다. 큰소리 내지 않고, 길게 말하지도 않는다. 작은 목소리로 간결하게 내뱉는다. 오로지 피아노만 가지고서. 처음 들리는 건 모두가 잠든 새벽에 홀로 잠 못 이루는 그의 숨소리다. 얕지만 또렷이 들리는, 선명한 "숨"이다. 이어지는 "한숨"과 "불안"까지, 새벽녘 생각의 꼬리는 도무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어디에 있나요"에 잠깐이지만 따듯한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8월"을 따라 새로운 장면이 그려진다.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은 저녁이 아닐까. 그와 친구들이 대화를 이어간다. 한 두 잔 이어지는 술에 어느새 그들이 흥얼거리고 있다. "취했네"의 피아노와 어우러진 기타가 마치 아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듯하다. 깊어가는 밤, 그가 지난 기억을 떠올린다. "벽" 앞에서 겁을 먹고 망설였던 그 때. 지금도 그를 괴롭히고 있을 "결핍". 세월이 흘러 빛이 바래진 "보낼 수 없는 편지"까지. 평소에는 말할 수 없었던 옛 기억들을 하나 둘 꺼내 보인다. 돌아가는 길, 까만 밤하늘에 "별" 하나가 그의 눈에 비친다. 그의 지난 밤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맑은 눈을 하고 묵묵히 옆자리를 지켜주지 않았을까. 고된 하루 끝에서 그가 그리운 마음을 담은 "안부"를 전한다. 갈 곳 없는 안부는 마지막 인사가 되어 어느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전진희'는 줄곧 보이는 음악을 추구해왔다. 그리고 이제 첫 걸음을 내딛는다. 트랙 하나는 한 장면으로 펼쳐지고, 무대 위의 피아노와 객석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