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서서히, 깊숙이 젖어든다
거칠게 나누자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좋은 음악이 있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파고드는 음악이 그 하나다.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멜로디를 지닌 경우가 많다. 크게 히트한 곡들이 대개 이 범주에 속할 터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다가오진 않아도 곱씹을수록 깊은 매력이 우러나오는 음악이 다른 하나다.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 사운드의 구성과 조화, 사려 깊은 노랫말... 이런 음악을 이루는 요소는 몇 마디로 규정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신설희'의 음악이 꼭 그렇다. 처음 들었을 땐 다소 모호하다가도 두 번 듣고 세 번 듣고 네 번 들으면 끝 모를 매력 구덩이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랄까.
'신설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2013년이었다. 이전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그녀의 이름은 디지털 싱글도, EP도 아닌, 정규 앨범에 떡 하니 박혀 있었다. [Hills Of The Time]은 대체로 밝고 신선한 느낌이었다. 포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 있었고, 꽤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자체로 완성형은 아니었지만, 앞날을 기대하기엔 충분한 데뷔작이었다. 특히 "Fairytale"을 들었을 때의 그 감흥은 꽤 오래갔다. 그 뒤로 잊고 있었다. 2015년 EP [일상의 잔상 (After Image)]을 만나기까지는. 거의 2년 만에 내놓은 신작은 한층 성숙한 면모를 담고 있었다. 음악은 다층적이면서도 더 깊어졌고, 목소리 또한 더욱 농익은 듯 들렸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은 걸까? 평단은 이 앨범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신설희'의 이름을 좀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신설희는 2016년 10월 정규 2집 [Cinder Cone]을 발표했다. EP 녹음 때부터 함께한 신설희 밴드 멤버들의 호흡은 더 탄탄해졌고, 악기들과 목소리가 엮은 그물코는 더 촘촘해졌다. 이제는 완성형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번 온스테이지 무대에선 세 곡을 선보였다. 첫 곡 "원 (Circle)"과 두 번째 곡 "Last Song"은 [일상의 잔상 (After Image)] 수록곡이다. 세 번째 곡 "또 다른 계절"은 새 앨범 [Cinder Cone] 수록곡이다. 밴드 멤버들과 주고받는 합주의 순간은 물론이고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단출하게 "Last Song"을 읊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잠시도 눈과 귀를 떼지 못하게 한다. 마지막 노래가 끝나는 순간, 간절한 바람이 하나 생긴다. 제발 이 노래가 마지막 노래가 아니길. 소속사 없이 직접 앨범을 만들고 노래하는 그녀는 "꾸준히 새로운 음악,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한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