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불행을 견디게 해주는 찰나 같은 행복의 순간
강백수 [3집 Track.04 비행기구름]
사실 나는 삶을 그다지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편이 아닙니다. 인생이 공평하다는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길지 않은 생을 살아오며 내게는 기억에 남을 만한 몇 차례의 행복한 순간이 있었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불행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행복은 언제나 순간이었고 불행은 언제나 시절이었습니다. 외롭거나 그리웠던 나날 사이에 빛나던 사랑 몇 개가 있었고, 부족하거나 절박했던 나날 사이에 성취의 순간 몇 개가 있었으며, 고단한 나날 사이에 잠깐 잠깐의 평온함이 있었습니다. 불행이란 직선 위에 행복이란 점 몇 개가 찍혀 있는 것이 삶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공평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쨌거나 이러한 불공평한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났고, 태어난 이상 어떻게든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가여운 우리에게 다행스럽게도 찰나의 행복을 긴 추억으로 잡아둘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찰나 같은 행복의 순간을 추억으로 저장해두고 긴 불행의 터널이 견디기 버거워지는 순간마다 그것을 꺼내어 숨통을 틔우곤 하는 것입니다.
행복한 순간은 그래서 소중합니다.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스스로 진정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을 우리는 온 몸과 맘으로 만끽해야 합니다. 하늘에 그려진 구름들처럼 이내 허공에 흩어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아쉬워하느라 그 짧은 순간을 허비하는 것은 미련한 일입니다. 이윽고 다가올 어떤 불행 속에서도 다시 기억해낼 수 있으려면 모든 마음을 그 행복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 것입니다.
얼마 전에도 나는 잠시 행복했습니다. 바다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구름 몇 점이 떠 있었습니다. 그 구름은 이미 흩어져 사라지고 저는 다시 어떤 불행이 도사리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나는 추억으로 남은 그 장면만으로 또 한 시절을 견뎌낼 겁니다. ‘비행기구름’은 당신이 문득 그런 장면을 맞이하는 순간에 이 노래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어 놓는 노래입니다. 당신의 삶에 그런 순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4월, 그럭저럭 견딜만한 시절에, 강백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