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꿈결같은 덧없음에 대하여
강백수 [3집 Track.03 꿈이었나]
봄입니다. 덧없는 생각에 빠지기 좋은 계절이지요. 저는 최근에 꿈에 대한 무용한 생각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짧은 낮잠에 들었다 깼습니다. 그 사이 꾼 꿈은 아주 긴 이야기였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한 세월 삶을 살았고, 사랑을 했습니다. 죽음과 그로 인한 가슴 아픈 이별을 끝으로 잠에서 깨었습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방 침대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환희와 눈물을 오가던 이야기들이 모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어버리다니, 허탈함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그 모두를 차마 없는 것으로 여길 수 없었던 저는 그 헛헛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이상한 가설을 하나 세웠습니다. ‘꿈은 어쩌면 다른 차원의 내가 살고 있는 삶인지도 몰라.’ 이를테면 히어로무비에서 이야기하는 멀티유니버스 같은 겁니다. 내가 잠시 다녀온 곳은 여전히 실재하는 다른 차원이었고, 내가 이곳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그 곳의 삶들은 이어지고 있다는 거지요.
그런 생각에 잠긴 채로 샤워를 하고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남은 하루를 살아냈습니다. 그동안 저는 그런 꿈을 꾸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었던 저는 다시 잠자리에 들 무렵에야 그 꿈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이어지고 있을 다른 차원에서의 삶. 그곳의 소중한 존재들을 까맣게 잊은 채 살아온 하루가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그냥 잠이 들었습니다.
절박했고 소중했으나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것. 분명히 존재했으나 이제는 무의미하게 되어버리는 것. 그런 경험은 사실 굳이 꿈속의 세상이나 다른 차원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경험해본 일이 있습니다. 내게는 지난 모든 연애들이 그렇습니다. 사랑했고, 절박했고, 슬펐으나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 나날들. 사랑을 일컬어 꿈결같다 표현하는 것은 그러한 속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덧없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또다시 꿈을 꾸고 삶을 살고 사랑을 하겠지요.
아무튼 봄입니다. 덧없는 생각에 빠지기 좋은 계절이지요.
2020년 3월 어느 나른한 오후, 강백수 .... ....